가을편지 4
6년 전에 한번 들렸던 곳에서 매달 첫날이 시작하는 0시에 안부 메시지가 들어온다.
내게만은 아니고 대량발송이지 싶지만, ‘관리’ 대상에 들어가 있다는 게 고맙다.
{내 편에서 뭘 해줄 것도 없는데 말이지.}
畏友 아무개 형은 꼭 먼저 안부를 물어온다.
“언제 밥 한번 먹자”고 그러면 그 ‘언제’가 빨리도 다가온다.
{약속은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는 동창회 총무, 그러니 챙겨야 할 일과 돌볼 친구들도 많을 텐데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짓듯 꼭 보자고 한다.
우정도 관리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살아왔다.
고맙고 미안하고, 또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없지는 않은데
재회하고픈 이들도 있는데
‘가을!’을 핑계로 소식 한번 전해도 될 것 같은데
오가던 사이라야 사연도 있지
뭐라고 하냐?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유안진, ‘서리꽃’ (부분)-
아직 가을이 깊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좀 더 기다려보지 뭐.
‘여름의 마지막 장미’라며 전별식을 했고 그도 울었는데...
또 폈다. 반갑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그런 유치찬란한! 쩝” 그랬더랬지.
그게... 나이가 들면 일대일 관계를 새로 맺고 유지한다는 게 엄청 부담이 되거든.
그 블로깅이라는 게 말이지, 보이지도 않는 불특정다수 쪽으로 지향사격하는 거라고.
정작 맞추고 나면 어쩔 건데? 조준사격의 뒷감당이 두렵거든.
빈 병에 쪽지 넣어 띄우는 거지.
곧은 낚시 바늘 드리우고
가는 세월 더 빨리 흐를까 하여 입김까지 후후 내부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