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릿자로 끝나는 말은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가야겠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휴대폰과 시계에 알람을 켜놓고도 불안해서일까?
별을 헤는 밤?
그러다가는 잊혔던 이름들이 불쑥 튀어나와
가재가 꼬물거려 앙금이 떠오르는 산골의 웅덩이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리리릿자로 끝나는 말은” 같은 걸 읊어보기로 했다.
♪꾀꼬리 목소리 개나리 울타리 오리 한 마리♪ 쯤으로 끝나야 하는데, 말똥말똥.
좀 더 꼽으면 잠이 올까?
나리꽃만 하더라도 참나리, 섬나리, 솔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털중나리, 땅나리, 범나리...
어쩌지? 가망 없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로 시작해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등 시조 일백 수쯤.
에고, 늙기도 설어라커든! {뒤척이려니 어깨도 아프고...}
다시 ‘리’로 끝나는 말들이 꼬물거리는데
하나같이... 기분 참 거시기해지는구먼.
도사리
절로 떨어진 풋과실.
하긴 다 익고도 그냥 떨어져 썩는 것들도 많다.
째마리
사람이나 물건 가운데서 가장 못된 찌꺼기.
junk, debris
왜 베어물고 남은 사과가 애플 로고가 되었을까?
자투리
팔거나 쓰거나 하다가 남은 옷감 조각 따위.
덤거리
예전에 새우젓 장사가 젓통 두 개를 지고 다녔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깨끗한 통은 알통, 녹슬고 지저분한 통은 덤통이라 했다는구먼.
알통에 담은 젓갈은 새우가 형태를 갖추고 국물도 별로 없는 上品,
덤통에는 이지러지고 젓국물이 질척거리는 하치 새우를 담았다고 그러대.
돈 내고 산 것은 알젓
덤도 안 주냐며 짐짓 눈을 흘기면 덤통에서 꺼내서 얹어주는데 그걸 덤거리라 했다는군.
무녀리
한 태에 낳은 여러 마리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새끼를 가리키는데
말이나 행동이 좀 모자란 듯이 보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는 말이다.
‘門열이’를 ‘무녀리’로 쓰게 되었을 것이다.
좁은 문을 먼저 통과하면서 외상도 입고 해서 그런지 못나고 비실비실하다.
기운 없으니 많은 새끼들이 어미젖을 차지하겠다고 다툴 때 뒤로 쳐지게 되더라고.
그러니 제값 쳐주지 않는 상인에게 덤으로 끼어 팔기 식으로 처리되고 만다.
없는 집이 자식은 여럿 두는데
맏이는 아우들 치다꺼리하고 집안일 전담하느라고 교육 받을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종손이니 장손이니 하는 이들은 보통 사회적 성취가 뒤처지더라고.
동생들이 어렸을 때는 맏이만 위한다는 둥 불평을 해대지만
동기간 우애가 좋은-흥, 이것도 리 자로 끝나는 말, ‘띠앗머리’- 집에서는
장형부모를 존중하고 어려워하더라고.
{그야 희생하고 집안 꾸려가고 내리사랑으로 보살핀 사람에게나 그러겠지.}
아, 이거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꿀꿀해.
난 뭐지?
꿀꿀! {기운 없이 작은 소리로}
* 노래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안치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