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5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
들이닥치고 나서 장악해나가는 솜씨에 혀를 내두르다가
마주치기 싫어 남도로 피했네만
가을도 추격하듯 남하하겠지.
더 물러설 데 없어 북진하기로.
서울을 열흘 떠났다가 돌아왔네.
없어도 됐을-뭐 있어야 할 게 있었던가마는- 보궐선거에서 이기자고
더러운 흠집 찾아 불리는 클린정치(?) 꼬락서니를 목격하는 건 좀 그렇지만
공중급유를 받을 것도 아니고
떠날 때 좋았던 것도 돌아올 집이 있어서였으니까...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 ...}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김필연, ‘가을앓이’ 중)
제천, 단양, 영주, 통영, 거제, 보성, 해남, 완도, 영암, 강진, 영광, 군산으로 돌아
부여에 오니 비로소 붉은 잎들 보이기 시작하더군.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던 때에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행락객들이 지리산, 내장산으로 몰려갈 때쯤 올라오게 되었네.
소식 없이 떠났다고 원망 마시게.
형편이 그리 되어 일행의 안내 격이 되어 떠났던 걸세.
새파란 하늘과 물결조차 일지 않는 내해의 캔버스에 그대 얼굴 그리고
은목서 향기에서 그대 곁에 있음을 느꼈네.
이 가을에 그대와 같이 떠날 말미를 얻을 수 있을는지...
평안하시게나.
{그저 이렇게 안부나 떨어트리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