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8 예천 회룡포

 

네이버 지도로 ‘구강산’-박목월, ‘산도화’-과 ‘사평역’-곽재구, ‘사평역에서’-을 찾아봤는데 없더란다.

네 마음에 있는 것이니 마음의 지도나 만들게.

 

고속도로나 KTX 때문도 아니고,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찾아드는 이 없으니

작은 역들은 용도 폐기된 셈인데

고정건물이다 보니 고물상이 들고 가지도 않아서 피곤한 채로 무너지지도 못한 역사들이 있다.

 

점촌역 다음에 있는 용궁역, 기차가 자주 서지는 않지만 현역(active duty)이다.

역무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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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역사에서 나 홀로 오두방정 생쇼를 벌여도, 

철로에 누워 “그리운 날 옛날은 지나가고”를 불러도

뭐라 할 사람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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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급한 용무로 찾아간 건 아니니까 상관없네만...

 

 

 

예전에는 ‘남은 마지막 주막’이라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저 그런 지역 단체의 수입원이 된

삼강주막

거기를 들렀다가 회룡포로 가기 쉬우라고 길 내고 비룡교인가를 세우는 기공식을 오늘 한다며?

그 동네는 내성천 따라 슬슬 걸아가면 좋은 덴데

말하자면 ‘슬로우 마을’ 둘레길로 내버려두면 괜찮을 텐데

꼭 신작로를 내고 사람을 더 끌어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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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세 사진은 2010년 1월에 찍었음

 

 

 

난 환경보호 hardliner는 아니거든.

새만금, 천성산, 사대강 더 두고 봐야겠지만

극렬반대 편에서 내놓았던 재앙시나리오는 다소간에 과장되지 않았는가 싶네.

그렇지만 단순한 치적 중심의 진시황 콤플렉스 때문인지

시세차익 같은 것도 개발의 노림수에 포함된 건지

도무지 설득하지 않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키는 배짱이라니, 정말 모를 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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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은 왜 ‘천천히!’를 참지 못하는가?

용이 산을 감싸듯 350도로 꿈틀거린 후에 흘러가는 물줄기가 보기 좋다고 사람 불러오는데

잘 닦아놓은 곧은길로 모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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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강가에서 콩청대를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여기가 딱 그렇구나.

 

“나는 돌아가리라”를 노래처럼 외치시던 어머님은

아버님 은퇴하신 해에 그만 돌아가셨다.

 

“엄마야~”가 목메는 건 부재 때문.

‘부재’ 때문에 부르게 되고

부르는 한 여기에 계신

계신 줄 아는데 만져보지는 못하는

그 이상한 존재 양식.

 

엄마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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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회룡포, 용궁역 근처에 먹을 만한 식당도 더러 있고, 삼강주막과 더불어 들릴 만한데

하룻길로 힘들 건 없지만 거기만 목표하고 가기는 좀 그러니

문경이나 안동과 연계하여 일박이일로 다녀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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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오셨다가 혼자 국밥집에 들르신 할머니

작은 소리로 “할머니, 사진 찍어도 괜찮겠어요?”라고 말해놓고

못 알아들으신 할머니께 “허락 받았으니까...” 그러며 염치없이 도둑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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