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겠습니다

 

조선 땅에서 누리는 마지막 가을인가 싶어 구석구석 돌아보겠다고 차를 빌렸는데

갑자기 네팔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한 달 치 선불하고 딱 보름 쓰고는 반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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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지도 벗지도 못하면서 어딜 간다고?” 그러는 바람에

새치기 청탁으로 의사를 보게 되었다.

 

-무엇 때문에 오셨습니까?

-오른 쪽 어깨가 아프고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서...

{가볍게 만지고 팔을 들어보더니}

-흠, 밤에 아파서 잠도 못 자고 그랬겠네요?

-예. {“어쩜, 족집게십니다.” 아부하는 어조로}

-얼마나 됐습니까?

-넉 달쯤...

-왜 이제야 왔습니까?

-제가 아픈 걸 잘 참는 성질이라서...

-그런 환자가 제일 나쁜 환자입니다. 다 망가진 다음에 손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

-(... ...) {뿌한 표정}

{어색한 순간을 타개하려는 듯이 농담조로}

-그동안 밥 먹고 돈을 내지 않으셨군요?

-건 또 무슨 말씀?

-뒷 포켓에 넣은 지갑을 (손이 닿지 않으니) 빼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아, 전 지갑을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다시 머쓱, 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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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김병현 투구 폼으로 돌을 던진다든가 하는 일은 못하게 된 걸까?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자면 사진 석 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사진관에 들렀다.

 

응? 웬 검버섯인지 저승꽃인지 만발하네?

{거울로 볼 때는 몰랐는데 사진으로 나온 걸 보니... 쩝.}

보정하는지 10여분 뜸들이며 조작하고 나니

어라? 싹없어졌구나. 그런데... 저건 내 얼굴 아니잖아?

보험 광고 모델로 나온 이순재가 웃고 있는, 딱 그거다.

{고액 피부 관리 받은 정치인 낯짝 같기도.}

 

쟤가 누구냐고?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윤동주, ‘자화상’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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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oletta Tomas

 

 

 

외국에서 낳고 자란 자식들에게서 어찌 한국어 ‘능통’을 바라겠는가?

사위가 나가면서 하는 인사를 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는 거네.”

 

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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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