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떨어져
가을이 길었다고 겨울이 오지 않을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햇볕을 구걸하다니
나를 지워서가 아니고
너를 지우는 게 아니고
한 주기 끝났으니 스러지는 거지 뭐
다른 것들의 껍질로 덮이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가
언 땅 녹고
살았으면 고개 들고 두리번거릴 텐데
눈 마주치고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웃어주지 뭐
연말...
편지함을 폭파하거나
즐겨찾기, 이웃, 안부게시판을 청소하고 싶기도 하고
포켓수첩에 전화번호를 옮겨 쓰다가 솎기도 할 것이다.
용무가 끝났기에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없어졌거나
(마음에서) 이사 갔으니까.
그렇게 나를 걷어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