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집
그렇겠지 뭐, 알만한 얘기니까 읽어보진 않았는데
‘곱게 늙은 절집’인가 하는 책, 이름은 괜찮구먼
{모양은 그런 것들이 있지}
오래 됐다 하면 천년사찰인데
석탑 같은 것들이야 손대지 않았어도 세월을 버텨내어 보물이 되기도 했지만
목조건물이야 소실하지 않았더라도 몇 번이고 중창하거나 재건했겠지
옛사람 만났다가 폭삭 늙은 모습에 한숨 나오기도 하지만
옛 절 찾았다가 새집 들어서거나 진한 화장한 모습 보고는
부처님은 거기 그냥 계신가 두리번거리게 되더라고
살아남자면 살림해야 되고 쓸 게 있어야 하니까
문화재관리비니 복전함이니 다 이해할 만하다
낡으면 손볼 데가 늘어나고 때 되면 무너지고 말겠는데
남김없이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겠지?
그저 그런
그냥 그대로
많이 애쓰지 말고
잡을 수 없고 갈무리할 게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말기
아무래도 좋다고 할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것이고
아무래도 좋다고 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고 하지 않을 것이니
아무렇게나 할 건 아니지만 아무러면 어떠냐며
아무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만 웃어주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기
불쌍해서 가엽게 여기는 거야 어쩌겠냐만
아끼다보면 떠나지 못하니까
한 번 만남에 많은 것을 걸지 않는 이와 한 잔 나누고 또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