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았고
마음은 바쁜데 시간은 남아돌아가는 것 같은 연말
무슨 계약직을 육년이나 끌고 왔는지, 이제 끝냈으니 ‘retiree’가 되었는가
“이제 뭘 한담? 노는 게 제일 좋구나”쯤에서 인터넷 파도타기나 하다가
임재범의 <고해>를 두고 작사자, 작곡자, 가수가 얽혀 물고 물리는 얘기들
그게 참... 기행과 허풍으로 ‘여러분’의 감동을 많이 까먹어서 말이지...
박완규에게 뽀다구 잡다가 나온 말:
“<고해>에 나온 ‘그녀’는 내 개인적인 종교의 그분이다.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는 신께 드리는 질문이자 기도이다.”
헷갈린 박완규: “곡 해석을 나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겉만 알고 있었나보다.”
블로그 입문 시기에 누가 물었다.
“당신의 임 말야, 그거 종교적인 얘기요, 아니면 love story?”
뭐라 대답하기가 그렇더라.
‘님의 침묵’에서 만해의 님은 누구냐?
수능에 나올 문제 아니라면 그저 웃고 지나가자고.
가장 괜찮은 시구 하나만 고르라면?
후보군에 먼저 떠오르는 게 소월의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뒤 연들은 좀... 스승 김억도 좋은 점수 주지 않았다.}
임이라는 게 그렇다.
이름으로 불러주기는 그런.
불현듯 다가와서 내가 그라는 이에게
네가 누구냐 그러니까
그렁그렁한 눈으로 돌아서던데
그러고도 그가 너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사랑하고 더 사랑하고 너무 사랑하다가
잃어버린 사랑
사랑 아닌 사랑
그래서 사랑인 사랑
뉘시더라 그러면서 빙그레 웃는 사랑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새롭지도 않고 신기할 것도 없는
sweet sorrow.
가보지 않은 숲
거룩한 濃霧(농무)
저물녘 차오르는 기쁨
어쩔 수 없이 두근거리게 하는 기대와
가당치도 않은 섭섭함
바람이 소리를 만들었다고
그래서 바람소리?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바람은 뒤집어쓴다, 바람소리라고
바람은 공기의 이동이니까
무엇이라 하기는 그렇다
느낄 수 있는 것을 두고
없다 할 건 아니다
있고 느끼는 것을 두고
이름 붙이는 게 어때서?
아침에 솔숲 지나는 소리
저녁에 댓잎 부비는 소리
잡을 수 없다고 실체가 없는 건 아니거든.
고정된 것, 딱딱한 것, (기준을 높이자면) 변하지 않는 것이 실체가 아니고
가만히 있는 건 없으니까 ‘실체’ 따로 없고
흐름이랄까 과정이랄까 ‘존재’란 그런 거지.
동영상의 한 컷만 잘라내어 보고 또 보며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할 것 없네.
오르다가 구르기도 하고 오래 머물렀기도 하고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던 궤적
다 진행형 사랑 아닌가?
朴誾(박은)이 ‘아무개 시를 때때로 읽고 암송하다가 기분 나서 화답한다’는 긴 시제를
自笑殘生知我寡로 시작했다. “우습구나, 내 스러진 생애 알아줄 이 몇이나 되겠나?”
몇이면, 아니 하나라도 됐지-벗이라면 벗이고, 괜찮다면 임이든지
有詩有酒還相報 “노래 있고 술 있으면 서로 알리고”
看雪看花輒往敲 “눈이나 꽃 볼 때마다 가서 두드리세 {눈 구경 꽃놀이 같이 하자고}”
날 풀려 눈 오지는 않겠으나 잔뜩 흐렸네.
딱히 자축하자는 건 아니지만, 좀 나가려고.
임의 노래 (수원합칭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