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에서 2
一望無際한 바다를 내다보는 자리라서 望海寺라 했겠네.
西方淨土 거긴 먼데지만 코앞에 있는 西海가 썩 좋기에 樂西殿이라 했겠고.
만경강이 서해로 합수하는 하구, 고군산군도를 바라보는 지점에 자리 잡은 망해사는
642년(의자왕 2)에 생겼다니 나이 먹은 절이다.
그 후 절터가 무너져 바다에 잠겼다고 하는데, 1589년(선조 22)에 이르러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지었다.
바다에 연한 절에 거하는 스님이 해산물을 즐기는데
어느 날 굴을 채취하다가 행인에게 걸려 시비가 붙었다.
-아니, 스님이 육식을 해서 쓰나요?
-어허, 이건 바위에 핀 꽃(石花)라오.
그 후 굴을 석화로 부르기도 했다는 얘기.
일주문이 있고 그런 절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절이냐 하면 해우소가 있더라고.
팻말이 거꾸로 붙어있는 것 같아 “아니, 위로부터 뭐가 쏟아지는 거 아냐?” 그랬는데
가까이 다가와 보니 흠, 글씨가 하도 멋들어져 그렇게 보인 모양일세.
들어가 일단 '쪼그려 쏴!' 포즈를 취하는데, “히야 바다가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내게로 온다!!!”
{나무를 치면 바다가 더 커지겠다.}
스님이 공부하는 곳이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안내판도 있지만
聽潮軒이라... 바닷물 드나드는 소리 듣는 마루에서 가슴이 쏴~해지면 공부가 잘될까?
빼어난 경치를 바라보는데다 지리를 살펴 오죽 좋은 자리를 골랐겠냐만...
서향을 택한 사람들에게 “망해 싸~”라고 할 건 아닌데
지는 해 바라보기를 즐겨하던 내가
이제 와서 “동으로 창을 내겠소~” 그러긴 좀 뭣하지 않겠나.
낙조를 보러 가긴 했는데 잔뜩 흐린데다
밤눈 어둔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도 그렇고 해서 일찍 떠나기로 했지만
아, 백합죽은 먹고 가야지...
절 뒤로 난 새만금바람길 따라 야트막한 진봉산 넘어 1km 걸으면 심포항이 있다.
아니, 한때 백합 최대산지였다는데... 무싯날 장터에 온 것 같고
몇 개 남은 횟집이 뭘 먹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게 그러니까... 새만금 방조제 드라이브하는 건 좋지만...
그렇게 막히고 개펄이 썩으면 심포항은 이제 기능 정지, 용도폐기가 되겠고.
고속시대에 간이역은 쓸모없이 되었고
지붕과 벽 온전해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폐가, 흉물이고 말아
그렇게 몸통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잊히고 무시당하는 것들
386 PC 본체는 어떡하냐고?
내 얘길세. {엄살이 심한지는 나도 아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