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封手)
정이 들면은 못 떠나는, 그래도 정을 두고 떠나가는!
‘오동도 블루스’만이 아니고 다 그런 것.
가기 싫고
좋아서 가는 건 아니지만
가게 되면 가는 것.
사랑한다면서도 가더라고.
갈 사람을 어떡하겠냐며 붙잡지 않더라고.
놓여남에 슬며시 안도의 한숨도 내쉬더라고.
다시 보고 싶을 때쯤 되어
그런 거지 뭐, 다 그런 거지 뭐 그러며
제 변덕에 피식 웃다가 눈물짓기도 하면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라고, 이러나저러나 아무 것도 아니라고
고개 젓고 또 젓고
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알고 보니 그런 거야,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그렇더라"고
투덜투덜도 아니고 중얼중얼도 아니고 무의미한 미소 조금.
낮에 움직이면 정작 가보고 싶었던 데는 저녁에나 닿게 되더라고.
담으로 둘러친 데는 문을 닫아걸고
터진 길이라도 앞이 잘 안 보이니 발 내딛기가 조심스럽더라고.
그러니 잠깐이라도 해는 보게 되는 셈.
그렇잖니, 중천에 떴을 때는 바로 볼 수가 없잖아?
기울었어도 쉽사리 넘어갈 것 같지 않다가
막상 해 떨어질 때는 그냥 꼴깍~이더군.
눈 비비고 나면 없더라고.
그러고도 한참은 아주 깜깜하지 않지만
아주 어둡기 전에 움직이자고 하면
지척이 흑암이더라고.
대보름이라며?
달이 밝으니 별들은 보이지 않겠네.
내가 다니는 밤에는
하늘이 찢어지도록 별이 많이 떴다.
다 내게 쏟아진다고 해도
맞아죽거나 깔려죽지는 않을 것이다.
잠깐 어딜 좀... 내 날래 다녀오리다.
그냥 인사 이렇게 떨어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