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3
봄에 오니 봄비, 아니면 봄을 불러?
밤에 오니 밤비
보슬보슬 흩어져 내리는 보슬비
은빛 목걸이처럼 가는 금 그리는 실비
그러다가 빗발 굵어져 발비
더 올 것 같지만 잠시 그친 웃비
술을 부르니 술비
눈물을 끌어내는 건?
등 기대고
한 사람은 울고
한 사람도 울고
너는 왜 울지 않고? 그럴 게 아니라고.
똑똑 두드리다가 쪼르르 떨어졌다고 빗방울이 운 게 아니고
창문 열어주지 않은 이가 울고 있다니까.
몇 번 두드렸는데 답이 없어
단절을 확인했다고 그럴 건 아니거든.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서정춘, '눈물부처'-
잣눈(尺雪) 내린 적 없는 겨울이어도
언젯적 내린 눈인지 아직 녹지 않은 채 무더기져 있던 것들
이 비로 다 녹아내릴 것이다.
새벽에 기온 내리면 눈 될지도 모른다는데
눈을 맞아도 그렇고
비에 젖어도 그렇고
그대를 지나서 비로소
그대를 생각하듯이
-강은교, '벽속의 편지 -눈을 맞으며 -' (부분)-
Cf. 위로부터 그림 2, 3은 김창렬, 4는 김환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