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다운타운, 2014년 12월

 

1974년 여름 토론토의 Yonge St.는 내게 평안과 꿈을 허락한 공간이었다.

College St.와 Queen St. 사이는 주말에 보행자만 다닐 수 있게 해서

장터, 축제, 관광특구, 그리고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해방구(解放區) 역할을 했다.

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레코드 가게 「Sam the Record Man」에서 ‘원판’ 사 모으는 재미로 시간 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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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난 2014년 겨울에 걸어보니 그저 그렇다. 특별한 감회 같은 건 없다.

세계에서 단일거리로 가장 길다는 Yonge St, Lake Ontario부터 New Market까지 이르는 길

늘어나는 건 콘도 뿐, 양쪽으로 촘촘히 올라가 길이 더 좁아진 느낌, 교통량 증가로 흐름이 원활치 않다.

그래도 아주 작은 침실 두 개짜리 정도 아파트가 지역에 따라 60만 불을 넘는다니 부동산 가격이 서울을 넘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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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에 있던 그 자리에 상호도 바뀌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은 단 하나, Zanzibar Tavern

그게 strip club이다. 캐나다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인데, 어떻게 법적으로 버틸 수 있었는지?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바깥 유리창에 누드 댄서들의 사진이 붙어있는데, “어쩌면 저렇게 예쁜 애들이 다 벗어야 할까?” 궁금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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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에서 이틀 밤을 자게 되어 쏘다녔지만 들어가 보고 싶은 데도 없었다.

밥 먹을 데도 마땅치 않고. 맥도날드, 이튼센터 지하층 푸드 코트에서 fast food나...

아 심심해, 음 좀 외롭다 무드일 때에 옆자리를 차지한 가족

“오, 너의 세 보석에서 빛나는 광채를 담아가고 싶은데, 괜찮겠어?”라는 따리로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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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운 거리에서 관심 두는 이 없는데도 장시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노인에게 인사했다.

“얼마나 오래 이러고 있는데?”

“저녁마다 5시 30분부터 4시간, 9시 30분까지”

전날 loonie(1불짜리 백동전), 그 날 toonie(2불짜리)를 넣었는데, 지난 며칠 중 한 사람에게서 받은 최고액수라네.

아고 미안해라... “얻는 것도 없는데, 뭐 하러 나와, 이 추운 델?”

“사람들이 내 음악 듣고 즐거워하면 나도 좋지...”

아무도 멈춰 듣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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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구석에서 노숙자 둘이 피자 한 판을 나눠 먹고 있다, 특대사이즈.

눈이 마주치자 “Want some?” 그러며 내미는 시늉.

에휴, 어떻게? “Thank you, but no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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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건물과 나무는 그대로.

 

 

내가 다니던 학교, 입학한 해로 치면 40년, 그만 둔 해로 치면 30년이 채 안 되는데

실로 오랜 세월이 지나 찾아보게 되었다.

‘미생(未生)’으로 최장 버틴 기록 누가 깼을까? {어 뜨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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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내가 머물던 기숙사, 오른쪽은 내 고정좌석이 있던 도서관

 

 

 

흠, 입원중인 고령의 장모님 구완하러 온 아내 위로 차 WahSing(華盛)에 들렀지.

딱 요리 한 접시만, 한동안 헤어져 있을 테니 크리스마스 만찬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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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은 건 아니고 전에 친구가... 흑~

 

 

 

토론토 시청 앞 분수대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 되는데

꼴불견 플라스틱 지지대를 붙들고 벌벌거리는 사람들을 내쫓거나 그런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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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분주한 거리(Yonge x Dundas)를 막으면 어떡하란 말이야?

네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들, 으 춥겠다.

XX산성이니 그런 건 없고 자전거 탄 순경 몇이서 오는 차들 샛길로 돌려보낸다.

꾼 한 명에게 다가가 “시간 다 되어간다”라고 일러주니까 모두들 일어나서 구호를 외친다.

“No justice, no peace (정의 없으면 평화도 없다)”

뭐가 이슈인데? 미국에서 일어난 공권력에 의한 흑인 사살에 항의, 음 캐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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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가한 이들의 다수는 백인들이다.

{아시아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인권 등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한 ‘Orientals’가

흑인들의 민권운동으로 얻은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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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러니까 40년 전에 외국을 처음 경험할 때 말이지, 캐나다가 제일 좋은 곳인 줄 알았다.

한국에 가면 “거기는 지상낙원이라죠?”이라는 부러움 섞인 인사를 받곤 했다.

지금이라면? 거기서 살라면 평화로운 건 좋지만, 많이 답답할 것 같다.

주거, 식품 등 생활비가 비싸서 돌아갈 능력이 없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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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진열장에만 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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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Mov.4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Sergiu Celibidache conducts Münchner Philharmoniker,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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