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다 좋은겨?
중도 절이 싫으면 떠난다는데
싫어하는 절 불자도 아니면서 찾아올 건 뭐야?
{만날 때마다 속상하게 만드는 애인을 또 보러가는 마음을 아는가?}
산이 크면 품이 넓고 골도 깊어
대찰이 들어서고, 그러면 암자 여럿도 덩달아 깃들기 마련이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마음과 지혜는 너무 크고 넓고 높아서
그저 비교할 만한 것으로 하늘같고 바다 같다고 말할 수 있겠는지?
산골 사는 노인이 충주호를 가보고는 그 크기에 놀라서 그랬다나-
"바다가 넓다고들 하지만 이보다 더 넓을 수 있겠는가?"
새끼개구리가 어느 날 황소를 보고는 그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어서
“엄마, 엄마, 글쎄 엄청 큰 동물을 보았는데요, 얼마나 큰지 말로 설명할 수 없겠어요” 그러자
어미개구리는 “대체 얼마나 크다고? 이만큼이나 크더냐?” 그러며 제 배를 부풀려보았다지.
“에이, 그 정도로 어찌 크다 할 수 있겠어요?”
성질난 어미개구리가 “이만큼?”, 이젠 죽기살기가 되어 “그럼 이만큼이면?” 그러다가
{다음엔 아는 얘기니까 더 할... 근데 이게 무슨 뻥! 터지는 소리?}
뭘 세우면 측량할 수 없는 지혜의 깊이와 넓이와 크기를 나타낼 수 있겠어?
동양 제일, 세계 제일, 최고, 최대... 그런 게 다 웃기는 얘기 아닌감?
크다는 이유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겠지.
부자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없듯 말이지.
{뭐, 죄 질 기회가 더 많고 그 죄의 영향력이 공동체에 엄청난 피해가 되기는 하겠지.}
한국에는 세계 랭킹 상위에 들어갈 교회들이 여럿 있다는데...
대교회와 대형교회의 차이?
전도를 포함한 선한 영향력으로 성도들이 늘어나고 커진 만큼 건강하면 대교회
크면서, 그리고 컸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뜻과 마음을 버리고 말씀을 놓치면 대형교회.
옛적에 교회를 ‘예수가 누워 계신 말구유’로 표현한 신학문헌도 있었는데
그리스도가 떠난 구유? 그건 커도, 금칠해도 그냥 구유이겠네, 쓰지도 못하는.
왜 종교는 대물숭배로 치닫게 될까?
오벨리스크나 웃기는 남근석, 큰 성당, 큰 탑, 큰 석불
거대함과 뻣뻣함만이 누미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건지?
절은 까마득한 옛날 천년도 전에 명당을 선점했고
그런 데는 여전히 아름답고 좋은 곳이다.
그만해도 잘 간수했으니까 고마움의 표시로 입장료-문화재 관리비?- 좀 낼 수 있겠다.
일전에 들른 절은 일주문 훨씬 앞에, 십리쯤 앞에서 통행료를 징수한다.
시외버스로 들어오는 이들도 주민등록증 대조하여 00군민이 아니면 면할 수 없다.
{검문소에서 군경합동으로 올라와 휴가 장병과 데이트 커플을 괴롭히던 장면과 오버랩.}
모든 숙박시설과 상가는 톨게이트를 거쳐야 닿을 수 있다.
“아침 됩니다”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그 얘기가 나오자 주인은 게거품을 뿜으며
“중들뿐만 아니고 모든 종교는 도둑이야”라는 결론에 이를 때까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후원액수를 증가하고 입장료를 폐지하려고 노력한 과정-거부했다잖아...-과
사찰의 과중한 착취 사례를 열거했다.
그런데 사찰토가 3,200 정보라기에... (그가 한 말 다) 믿을 수가 없네.
그러고 보니 고시원, 요양원 등 대형건물들, 신식 양옥 암자들, 논밭 부치는 이들과 상인들에게서 거두는...
사업규모가 대단하다.
봄나들이 간 건 아니지만 봄기운 좀 들이마시려는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아직 얼어붙었더라.
그리고 세계문화 유산 목록의 최상부에 등재될 만한 곳을 꼭 목격하고 체험하고 가려 했는데
입안에 고이는 쓴 침을 차마 경내에는 뱉지 못하고 돌아서 나온다.
청량한 바람소리, 물소리, 힘들게 푸름을 유지하겠지만 한결같음을 보여주는 댓잎, 솔잎
마른 잎으로 구르나 땅의 기운으로 회귀할 것들, 젊은 여자에게서 나는 것 같은 숲 냄새...
佛身充滿於法界(불신충만어법계)라니 굳이 법보사찰 찾을 것 있나 그러다가
그래도 잘 온 것 같아 합장배례하고 감사하며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