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지나는 길에 그냥 인사나 떨어뜨리려고...
우포늪에 들른 걸음은 그런 것이었다.
겨울철새들 많이 떠났고
물가에는 마른 풀들 흔적 조금
어슴새벽에나 와야 물안개를 보겠지
사진 몇 장 얻자고 때맞출 건 없다.
창녕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길에
해가 서산 너머로 떨어지려고 한다.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사람들은 누구나
해질녘이면 노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서성거린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 싸리나무도
노을 한 폭씩 머리에 이고
흔들거린다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
그래도 이승이 그리워
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나
이것 좀 봐
이것 좀 봐
내 가슴 서편 쪽에도
불이 붙었다
-조태일, ‘노을’-
친구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북한산
서향집에서 낳아 서편하늘 바라보기를 좋아하였으니
애초부터 욱일승천은 아니었다.
이제야 귀가길이니 아무러면 어떤가?
서산자락을 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해도
꼴깍 넘어가고 말더라고.
잡아주려고 해도 워낙 멀리 떨어져있어서...
가는 사람들은 간절함을 담은 눈으로 잠깐 쳐다보다가
꼬박하더라고.
정신 차리라고 붙잡고 흔들어도
그냥 자더라고.
때 저물어 날 이미 어두니...
Abide with me; fast falls the eventide;
The darkness deepens; Lord with me abide.
When other helpers fail and comforts flee,
Help of the helpless, O abide with me.
Swift to its close ebbs out life’s little day;
Earth’s joys grow dim; its glories pass away;
Change and decay in all around I see;
O Thou who changest not, abide with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