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4
여포 탓이라 해두자. 응, 여포?
적토마에 올라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장수 呂布가 아니고 나그네 시름이라는 뜻의 旅抱.
세끼 챙겨주는 아내와 함께 사는 집에서 무슨 客情이냐고?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하면서도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사람이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그러듯.
맞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니 좀 젖고 싶어서
우산 없이 다녔는데
좀 으슬으슬하데.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며~♪
이슬비? 있으라는 이슬비?
가라는 가랑비인가보다.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일없이 ‘어룽어룽’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1) 눈물이 그득하여 넘칠 듯한 모양
(2) 뚜렷하지 아니하고 흐릿하게 어른거리는 모양
(3) 여러 가지 빛깔의 큰 점이나 무늬 따위가 고르고 촘촘한 모양
눈물 고여 어룽어룽,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어룽어룽, 방울 떨어진 자리가 어룽어룽.
에고~ 아마도 빗물이겠지.
그림: 김창열
내 맘 때문에 그리 여길 게 아니고
이건 가뭄 끝에 오는 반가운 비(喜雨)잖아?
눈이 드물었던 겨울, 그러면 봄에 물대기 어려우니
병아리 오줌만큼 찔끔했더라도 단비(甘雨)일세.
“꽃아 얼른 펴라 응?” 재촉하는 최화우(催花雨).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슬픈 사랑이 다신 오지 않기를 (...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라는데
이건 봄비, 그러니까?
“그게 사랑이었어?”라고 반문할까봐, 그래서 기가 막혀 주저앉을까봐
별 말 없이 그저 “건강해, 잘 있어” 그러고 돌아서는데...
그렇게 소설 한 자락 써보다가 피식~
젖은 몸에 감기 달고 와서 열나지 않았다면
이런 따위로 한 포스트 꾸밀 건 아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