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원곡동에서
꽃샘추위라...
어디 꽃 폈는데? 누가 핀대?
다 때 되면 알아서 벙글고 터질 테니까 관심 끄셔.
무안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뭘 모른 채 시간은 흐르고
올 때는 주춤주춤, 갈 때는 훌쩍
‘이렇다 할 추억’란에 “특기사항 없음”으로 봄처녀 보내고
“나 잡아줄 사람?” 둘레둘레하다가 쓴웃음 지으며 탑승구로 들어가기.
찬바람에 코끝이 맵고 마른 눈에 눈물 괴어 주르륵 흐르는데
하늘은 참 좋다. 시치미 떼는 게 얄밉지만 고운 건 인정한다.
안산 원곡동에 있는 다문화 음식 거리.
신문 기사, 그걸 옮겨 받은 각종 인터넷 매체들, 다들 안산역 2번 출구로 나가라고 그러던데
그 참 양심 없네.
사소한 거라 내버려둬도 될 것 같은가?
눈밭에 발자국 함부로 찍는 것도 그런데... 방향표나 이정표를 잘못 세우는 게 얼마나 큰 범죄라고.
{1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로 가면 아래 사진 같이 벌린 hit and run 좌판들이 널렸다.}
왜 거길 갔는가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이라서?
‘아메리카 타국 땅에 차이나 거리’ 가기 전에 예방주사 맞으러?
{찾는 전화카드 수만큼 많은 나라에서 왔을 것이다.}
딱히 ‘게미’ 있는 먹을거리 찾아 간 건 아니니까 음식은 됐고
아이 추워라, 뜨끈한 데서 몸 좀 녹일 데 없는지 두리번거리다
누굴 기다리는 게 아닌데도
옛날다방에 들어가면 왜 기다림의 긴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 같은, 있지 그런 거?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있긴 있는갑다?
‘님의 침묵’에서 ‘님’은 누구냐고 묻는 껄렁한 문제에 답을 달아야 돼?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그 자리가 어딘지, 그건 뭐 아무래도 좋고
그런 때가 있었다는 얘기.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다 인근에 사는 것도 아닐 텐데
어디서들 와서 거리를 메우는지?
“정거장에 가면 고향 사투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니까.
즉각적, 일시적 처방이긴 하지만 향수를 달래는 고향음식.
아, 그러니까 연변에서는 개고기를 즐기나보네?
월남, 타이, 네팔/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끝에 ‘~탄’자 붙는 나라들... 음식들도 있다.
우리 어렵던 시절에 즐기던-B.C.(초코파이 이전)- 추억의 군것질거리도
몇 해 나가던 사무실 근처에 철물점, 자동차 정비소 등이 있었는데
‘부속 전문’이라는 간판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으레 자동차부품을 파는 데려니 했는데...
돼지 부속
과일값이 헐한 것 같아 “사과 좀 사갈까?” 했다.
“맛있는 걸로 사와야 돼요.”
{사과 맛이 떨어질 때도 됐고, 백화점에서는 금값, 노점에서 파는 건 말처럼 ‘꿀사과’는 아니지.}
먹어보지 않고서야 맛있는 줄 모르고
사야 먹어볼 수 있으니까
눈앞에 놓고도 모른다.
용케 잘 걸릴 때도 있고.
{두리안이나 들고 들어가?}
복불복?
뭐 그리 잘하고 못하고가 있겠는가,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데...
좋은 목 차지하자면 힘이 있어야 하니까.
“낙동강에 오리알 떨어지듯”이라 그런 때도 있었지.
“저렇게 많은 오리알 중에서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러며 고향 떠난 사람들 속에 섞여 몇 시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