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2 매화마을
없는 데서 줍는 건 쉬워도 많은 데서 좋은 걸 고르긴 무척 힘들다.
꽃밭에서는 원경으로 보고 “아 좋다” 그러면 되지 “어느 게 더 예쁠까” 들여다볼 게 아니지.
꽃은 금방 시들 것, 지나가고 잊힐 거니까 “너 참 예뻐” 기왕이면 듣기 좋은 말 던지고 가면 되는데
사람이라면 책임져야 하니까, ‘관계’란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픔을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골라야 하는지, 정말 고를 수 있는 건지, 그러고는 택할 수 있는 건지
택했기 때문에 후회할 자유는 없는 건지?
하, 사람 두고 할 얘기는 아니고
‘천지삐깔’로 널린 꽃가지 하나를 골라 그저 그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좀 뭣하더라는.
난 팍팍 찍어대고는 찍찍 지워버리는 걸 못하거든.
{D P&E에 가서 한 장 당 얼마로 지불하던 필카 시대에 잘못 빠진 것에조차 생돈 빼앗기던 기분 알지?}
예정된 거니(17-25일) 매화축제는 열렸는데... 에고, 날짜를 잘못 잡은 거였네?
{축제라는 게 텐트 치고 노점상이 늘어나는 것 말고 뭐 있나마는.}
청매실농원의 산비탈이 봄눈 내린 듯 하얗게 덮이자면 열흘은 지나야 할 걸.
청매, 백매는 홍매보다 늦게 피니까 홍매가 시든 꽃잎을 달고 있기가 창피할 때쯤에나
‘백조의 호수’의 군무처럼 짜잔~ 나타날 것이다.
종차(種差) 뿐만 아니고 개체별로 다르기도 하니까 먼저 나온 것들도 있고 그렇지 뭐.
산 아래 길가나 자투리땅에 몇 그루씩 심어놓은 것들은 만개했네.
“나 여기 다녀간 것 맞아”라는 인증샷으로는 장독대나 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먹을거리 얘긴데...
거기 비빔밥이나 국밥은 좀 그렇더라.
벚굴? 강굴? 내 원칙이나 주머니사정으로는 그냥 지나가야 하지만
“언제 여기 또 와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질렀는데...
호기심은 꼭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한번 들어보시지 뭐.
발원지부터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로 따라 내려온 건 아니지만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새물 드는 자리(汽水域)라는 망덕포구에 와본 셈.
{섬.진.강.은 감상적인 집단정서로 괜한 프리미엄이 붙은 데이잖아?}
봄바람에 홀린 듯 여기저기 쏘다니는 중에
낙석이 구르는 임도로 승용차 끌고 들어갔다가 조수석에서 연방 비명이 터지기도 했는데
들른 데, 먹은 데 시시콜콜히 일러바칠 것도 아니고 해서...
그 ‘피파가 지나간다(Pipa passes)’ 서시처럼 세상이 단순한 건 아니고
도대체 Robert Browning은 낙천가야 바보야 뭐야?
그래도 때로는 그저 ‘봄’이라는 사실만으로 “어즈버 태평연월이~”로 깜빡하게 되더라고.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 ...)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아, 허리 굽은 저 할머니 사방공사 한 비탈에 밭 좀 부쳐보려고 괭이질하시는데
賞春客? 옆으로 지나가기가 죄송해서...
Alma Gluck이 남성합창과 함께 들려주는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