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 (落穗)
돌아오는 열차가 곡성역에 섰는데 차창 밖으로 지리산 하늘금이 보이더라고.
{크고 작은 봉우리들 다들 각각 이름이 있겠지만 그냥 지리산이라고 하자고.
아니면 또 어때? ‘수도권’이라 하듯이 그 동네 산들은 ‘지리산 권’인데 뭐.}
홀린 듯이 벌떡 일어나자 졸던 사람이 깨어나며 “으응~ 어디 가?” 그러네.
오금이 풀려 펄썩 주저앉고 기차는 떠나데.
Climb every mountain~♪ 어떻게 그럴 수가?
{말하기 좀 그렇지만, 세상에 여자 많다고 다?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럼 최고봉에만 오르면 다 눈 아래로 두게 되는 셈?
鄭道傳이 그러더라, “登高莫上最高峰!” (높이 오른다고 최고봉에 오를 건 아니지!)
{우예든둥... 그도 정적에게 당하고 말았지만.}
못가본 데 한 번씩이라도 다 들를 수는 없고 간 데 또 가게 되더라고.
남은 세월이 짧은 줄 알면 더 그렇게 되더라고.
새 인연 지을 게 아니어서
스쳐간 것들 돌아보며 잘 있으라고 웃으며 손 흔들다가
가만있자... 아름다운 것들은 어찌하여 뒷거울(백미러, rear-view mirror)을 통해서만 발견하게 될까?
흐릿해졌을 때 더 고와 보이는지?
봤으니까 아름답다 그랬겠는데
그럼 보지 못하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다시 보지 않으면 아름다움의 기억도 사라지는 건지?
과거 시제로만 확인되는 걸까?
미래완료진행형으로 아직은 잘 모른다 해도 갈 데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그때 가서...
너와 나는 우리가 아니지만
‘우리’가 아니어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다.
소용없는 변명이지만
그 옛날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식 오가지 않을 적에, 그러니까 막혔을 때 말이지
한눈판 게 아니었거든.
먼저 트지 못하며 속상할 적에 오판했던 거라고.
내 탓이요 내 탓이요 가슴을 치다가도 억울함이 아주 없지는 않아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