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다시 남쪽에서

 

남쪽인 건 맞아요, 상대적인 건데 큰놈보다는 작고 작은놈보다는 큰, 그런 비교로는 남쪽으로 치우친 셈인데

그렇다고 겨울이 없는 건 아니에요, 추울 땐 춥거든요.

한 해 한두 번쯤은 눈이 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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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며칠 여행 갔다가 돌아왔는데

아고, 와서도 춥더라고요.

비는 추적추적, 혼자라서 옆구리 시린 밤에 으슬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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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 눈 내리는 날보다 춥다고? 그거 말...되고말고요.

추우니 비 아닌 눈 내리겠지만, 눈 오고 나면 포근한 기운이 감싸주는 것 같지만

겨울비 내리면 싸늘해지며 소름 돋고 진저리치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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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그랬는데, 아 아침만 해도 전깃줄에 앉은 새들이 떠는 것 같던데

뭘 먹지, 배 아파도 먹고 아파야지, 그러며 차타고 나가려는데

눈 깜빡할 새에 온누리가 환해지는 것 있지요.

그러고는 기온이 올라가는데, “겨울? 그런 게 어디 있는데?”라는 듯.

걷자, 한 끼 건너뛰고 많이 걸으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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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성탄이 모레이군요.

{한국에서는 내일이겠네, 오늘 저녁은 크리스마스이브.}

은퇴하고 숨어살 듯 하면서 교회공동체적 분위기에서도 벌어졌고

구매력이 없으니 shopping frenzy가 “뭐 까탄에 과타티네? 소란떨디 말라우.”라는 심사이지만...

그래도 성탄(聖誕, Nativity)인데!

어디서? 대성전 아니고, 베들레헴 작은 고을, 그것도 말구유에서.

그러니 여관주인은 알아채지 못했을지라도 “곧 오소서 임마누엘~” 하며 누추한 자리라도 치워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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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봉오리 몇 개, 아무래도 얼을 것 같아 두 개는 꺾어 들여왔는데 며칠 잘 가네요.

그리고 밖에서 떨던 송이도 기운 차리고 피어났습니다.

춥지는 않아도 철은 겨울인데, 계속 피어나는구나, 그러면 ‘여름의 마지막 장미’란 말 우습게 됐네.

Es ist ein Ros entsprungen~ (Lo, How a Rose E'er Bl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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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보고 생각난 건 아니고, 성탄이라 그런데, 그리고 한 해가 지는 때라서...

 

양극화(兩極化)라고 그러지요, 완충지대도 없이.

어쩌면 그리도 갈라졌을까?

그리고 그 갈라진 틈바구니는 도탄(塗炭)이 되었네요.

빈부, 좌우, 세대, 종교... 어느 쪽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요? 진흙탕의 샘구멍은 어디에?

성탄이어서 해보는 말이지만... 종교-종교인은 아니라도-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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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조국 떠나고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런 시선도 있겠지만...

“바빌론 강가에서 시온을 생각하며 울었나이다” 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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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아니 아직 가을인가... Pin oak(한국에서는, 대왕참나무 급) 잎은 곱게 물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Bradford pear, sweet gum tree 잎들은 여느 해보다 더 곱더라고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도, 그렇게 세월호, 소모적 정쟁 같은 것들을 덮을 게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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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한 해 보냄, 새해맞이에 다들 평안하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