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rimosa

 

얼마만이라더라 사월에 내린 눈

쌓이기야 하겠어, 착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인상 한번 쓰듯 지나가는 거지.

그렇게 궂은일이라 했던 것도 지나고 보면 있었던지조차 가물가물하더라고.

 

{雪中梅는 허황되게 지어댄 말은 아니고 “~으면 좋겠다”는 얘기겠는데

피고난 후에 정신없는 눈 잠깐 뒤집어쓸 순 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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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나왔더니 진눈깨비 가로금으로 몰아치잖니

어려운 때일수록 상황을 즐기자며 둘러보는데

소불로 풋전 지지던 아짐이 허리 펴다가 눈이 딱 마주친 거라.

내게만 내준 건 아니겠지, 싱건지 한 보시기

무 한 조각 베물기도 전에 넘어가는 국물 맛이 그게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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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없겠다, 별들의 고향 경아 얘기 같은 게 줄줄 새나오다가

듣는지 마는지 성의 없는 꼬라지 보더니

비 그쳤으니 나가보라고 내쫓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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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라도 거미줄처럼 쳐있는 Via Dolorosa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무장 힘들어하며 맺힌 것들, 그러다가 고개를 꺾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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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려 있는 길에 발 디딜 데가 없어서

언덕 위 사원을 올려다본다.

그 안에 있는 동안은 치열한 고민 없어도 되니까.

 

{오래 된 것들은 새것처럼 빨리 무너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불합리와 억지, 효능 없는 금기, 제의의 피곤한 반복

그런 것들을 고스란히 안은 종교가 여전히 성황중이어서

재미없다고 종영 전에 나왔더니 후회도 되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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