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tti 2 봄에게
그가 당신으로 되긴 해도
당신이 그가 되는 일은 없거든.
아마 ‘미운 당신’이 되겠지.
미운 당신 여럿을 두면
{아니 하나라도 그렇지, 한 군데 아파도 아픈 거니까}
행복할 수는 없다.
올 때 갈 줄 알고
갈 때 올 수 있음도 기대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헤어지지 말게.
같은 모습 아니어도 마주치게 될 게고.
멀리서 보아 좋았으면 가까이서는 더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더라고.
의젓한 수형(樹形)에 꽃들을 가득 달고 부르기에 가보면
옹이와 수피의 상처들, 매달려 있는 시든 꽃들, 각종 벌레들이 눈에 들어오던 걸.
잡티 하나도 없으면 순수한 걸까?
있을 수 있는 모든 것, 약함 결함 불균형 그런 걸 다 갖추었기에
정말 가지가지이기에 아름답다 할 수 있지 않은지?
{그러니까 새 결점-맘에 들지 않는- 하나를 발견했다고
애정 철회나 결별의 구실로 삼는 건 아주 치사한 마음보라고.}
한 번에 여럿이 드나들기도 하고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어서 수없이 침입하지만
유린당했다고 슬퍼하는 건 아니고
그러기로 택했던 것 아닌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아닌가
문턱이 닳고 속이 파헤쳐졌어도
떨어질 때에 할 일 다 했다는 안도의 한숨...
봄은 때마다 찾아왔으니까
마지막 봄이라 할 수는 없는 거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돌아와 살 이유는 못 찾을 것 같고
아들들에게 한국을 보여주겠다고 불러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는
아직 한창일 때에 봄날은 간다고 말하긴 안됐지만
가긴 가는 거니까
곧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