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tti 3 갈 때 가더라도
-‘Tutti’가 뭐야?
-이탈리아 말로 ‘모두’라는 뜻.
-왜 이태리어를 써야하는데?
-악상기호잖니, 오케스트라나 합창 모든 파트가 ‘다함께’ 연주하라는.
친절하지 않은 줄 나도 알지만... 물으면 대답해줄게.
이런 얘기야.
봄꽃이라지만 피는 때가 다 다르잖니?
으레 가장 먼저 터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척후가 살아온 다음에야 조심스럽게 봉오리를 내미는 꽃도 있고
낙화를 탄식할 때쯤 “진진한 건 항상 나중에!”를 외치며 늦게사 나타나는 꽃도 있다.
뭐 예전에는 그랬다는 얘기다.
요즘은 앞/뒤, 위/아래가 없더라고.
늦추위로 나올 엄두를 못 내던 것들이 며칠 뜨거운 햇볕을 받은 땅에서
출발신호 터지고 튀어나오는 단거리 선수들처럼 쏟아져 나오데.
뒤엉겨 넘어질 거 같아 조마조마하데.
뭘 많이 집어넣은 요지경-만화경- 들여다보는 거 같아 어지러워.
비 내린 후 다함께 피기도 해서 tutti
비 내린 후 다함께 지기도 해서 tutti
비 맞아 애잔하고 그래서 더 고운 것들이
목관악기 독주 파트에서처럼 숨죽이게 하더라고.
나도 잘 젖는데, 적시는 것보다 더 젖는 셈인데
“너는 왜 울지 않고?”라며 앙앙거리는지 모르겠네?
젖은 한지 같아도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지
젖은 것들끼리 위로한다며 안아버리면 엉기게 되잖니
한 몸 되어 닥종이공예품처럼 되지 않으려거든
좀 떨리더라도 떨어져있는 게 낫다고.
떠나는 아들들 등에
아낌없이 다 주고도 못해준 게 있나 싶은 눈길 닿고
그만하면 괜찮을 텐데 미덥지 않아 안타까운 눈총도 꽂힌다.
오래 가는 게 좋다면서 왜 조화(造花)는 가짜라고 그러는 걸까?
기껏 아름다운 꽃에 끌렸고 그 정교함에 감탄하고는 한다는 소리가 “에이, 생화인 줄 알았지”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데 예술은 ‘만들기’ 아닌가?
어차피 ‘불멸’이란 가능하지 않으니까‘지속의 길이’가 가치의 기준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못났어도 사람은 생기가 있는데
사람값은 떨어지고 물건의 고부가가치(高附加價値)는 쑥쑥 자라는 이유?
허우룩한 아내를 달래자는 것도 아니고
꽃구경 못 다한 것 같아 나다닐 만큼 한가하지도 않지만
한 철뿐이니까, 회귀하고 재회할 것 같지 않으니까
불꽃처럼 잡지 못할 거지만 보기라도 한 번 더 하자는 뜻으로
근처 학교와 여의도 낮밤으로 돌았다.
도처에 이별이고 죽음이구나.
핀 만큼 지는 거니까 떨어짐이 더 많은 건 아니고
머물렀던 것은 가거나 다른 존재양식으로 바뀐다.
종족보존의 본분을 감당했다고 개체의 소멸이 슬프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래도 이런 날은 위만 바라보면 되니까.
좋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