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들 많다
꽃을 식물의 ‘생식기관’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화낼 것도 아니고
꽃에게 “부끄러움을 모르고 다 드러내다니?” 야단칠 이유도 없다.
충매화는 벌 나비를 끌어 모으면 되는데 왜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이게 되었을까?
갸웃거릴 것 없고...
너 참 곱구나!
부자 동네 운동장만한 정원을 잘 가꾼 집들은 지나가며 힐끗 보아야지
서서 두리번거리다가는 경비카메라에 찍히고 개가 달려오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저 그런 동네, 서로 편한 거리에도 예쁜 꽃들 많거든.
분홍달맞이꽃(pink evening primrose)이 잔디밭에서 창궐하면 악질잡초 취급받게 되는데
아예 잔디 없애고 분홍담요 펼쳐놓으니 그것도 보기 좋던데 뭘. 그럼 됐지 뭘.
{잡초? 거기에 심지 않은 것.}
관상용으로 개발해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곳에 심지 않은 것
그냥 낳고 자라 저만치 숨어 핀 꽃들도 아름답더라고.
흰 꽃이 대세라지만 유행에 따르지 않는 것들도 있다.
토끼에게야 연하면 뜯어먹는 것이지 “너 참 예쁘다” 그러지 않을 거라?
-응 그러고 보니 정말 완전한 꽃이란 없네?
-이제야 알았구나, ‘흠 없는 꽃’을 찾아내어 찍기가 쉽지 않더군.
보정이나 더러 조작을 거쳐 내놓더라고.
-저 나무 정말 못생겼다.
-쉿, 들을라.
그러기에 숲이 되려는 거지. 어울려 더불어 근사해지려는 거지.
-물은 골을 따라 내려가지 기어오르거나 날아가지는 못하지?
-벗어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러려니 하며 따라가는 것도 ‘자유’라고.
물의 흐름은 channelled, yet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