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창가에 햇살이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구름 한 점
그림처럼 떠 있다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살아가면 갈수록
손에 잡히는 것보다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가로운 오후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윤동주, ‘어느 날 오후 풍경’-
시인은 약관을 넘어섰을까 무렵에 그 시를 끼적거렸을 것이다.
{시? 시시하네. 명인이 손놀림했다고 다 명품 되지 않데.}
앞서 사신 분이지만, 내 나이 그가 산 햇수의 두 배하고도 반에 가까이 되어서 얘긴데
세월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어허, 젊은 사람이 그리 말하면 늙은이 욕보이자는 게 아닌고?
하늘에 구름 한 점 그림처럼 떠 있단 말이지?
여긴 평원이라 그런지 그 넓은 하늘 상당한 부분을 구름이 덮고 있거든.
뜨거워 잘 나가지 못하다가 일단 나와서 발하는 첫 마디는
거 구름 한번 멋지다~
조수석에 앉은 이에게 구름의 종류를 대라면?
양떼구름, 새털구름, 그리고 만만한 게 뭉게구름? 정도.
구름의 모양, 높이, 분량 등을 따라 줄줄이 읊어대지 못함을 기억력의 쇠퇴로 돌리고
몇 개라도 주절거리자면
상층에 있는 권운, 권적운, 권층운
중층에 있는 고적운, 고층운, 난층운 {난 삼층 건물의 이층 아파트에 살거든.}
하층에는 층적운, 층운, 적운
적란운은 위 아래로 뻗친 구름.
아침과 저녁 사이에는 무엇이? 오후가 있지.
세 끼 밥처럼 만날 있는 때
어영부영하다가 후딱 지나가면 “하루 다 갔구나” 그러는 막간인데
미완성교향곡으로 끝나지 않고 3, 4 악장 이어갈 수 있으니
마음 다잡고 준비해야 되지 않겠어?
저녁 무렵 만회할 수도 있는 거니까
부지런히 달려야 할 거야.
알려진 蓮池 제 철에 찾아가보면 競艶하는 연꽃이 至賤인데
이 연 저 연 고를 것 없고 그 연이 그 연이더라고.
발품 팔아 찾아다니는 재미지
완전한 연 따로 없더라고.
예쁘다 해도 필 때야 다 예쁘고 시들면 다 그렇지 뭐.
이게 무슨 ‘카탈로그의 노래’(from 'Don Giovanni')는 아니고
그렇잖니?
‘差異’에 주목하면 저마다 별나 보이는 것이고
‘類槪念’으로 저울질하면 그게 그거니까.
Ms. 반듯은 에고 그 유들유들한 단정함(?)은 인정한다만
일없이 不感帶 쓰다듬다가 진척 없음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Ms. 발끈은 감격할 만큼 화끈하지만
반복되는 벌컥에 끌고 나가기가 자신 없어지고
이래저래 힘듦 아니면 재미없음의 두 휴지통 중 어느 한 쪽으로 던져지겠네.
그래도, 그러니까 ‘물에 물 탄 듯’한 나날이라 해도
물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거든.
물맛 두고는 그게 그거라고 하면 안 돼.
비싸면 고급? 것도 아니데.
동네 마트에서 자주 돌아오는 ‘할인대매출’ 행사에서 3L 물병 세 개에 단돈 천 원 한 장($ 1.00)인데
이제껏 그 물보다 맛있는 걸 마셔본 적이 없거든.
{혹시 마약을 탄 게 아닐까? ‘마약김밥’이니 해대서 하는 말이지만.}
이건 ‘참을 수 없는 빈정거림의 가벼움’이라며 돌아설 이들 잡지 않겠으나
강속돌직구로 K행진 스트라이크아웃을 잡아야 명투수가 아니고
유연한 커브로 맞춰 잡으며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늘려가는 게 다승투수의 재능이거든.
조선 사람의 삶에는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본래 ‘遊戱’의 비중이 높았더랬는데
살기 빡빡한 세상에서 ‘作業’이 늘어나다보니 살기 힘들어진 거지.
작업반에도 끼지 못한 사람은 남아돌아가는 시간에 질 좋은 놀이도 할 수 없지만 말이야.
戱弄, 그거 나쁜 말 아닌데
앞에 尋常한 한 자 붙으니 괜히 이상해져서 법으로 처벌하는 악독 언행처럼 되었는데
{Na와 Cl이 합쳐 소금이 된 좋은 경우도 있는데 말이지, 쩝}
‘물의 희롱’이니 그러기도 하니까 못쓸 말도 아니지만, 유희라고 하는 편이 아무래도 낫겠지
그래 그 유희, 놀이를 즐기는 게 유쾌한 삶 아니겠냐고?
허니까 가슴 떨리는 연애 더러 하고 싶지만
이제 공포괴기영화 볼 나이는 지났으니까
내기에 목숨 걸지 않고 물러달라/ 그럴 수 없다 빡빡 우기지 않는
장기친구 하나 있으면 된다고.
이역 땅에서 못 찾았으니
도리 없이 반세기 伴侶라고 우기는 분과 24 시간 지내는데
마음은 집시, 집시가 되어 떠나네~ 그건 모를 일이지.
“경주 36.3도”라는데 여긴 110도,
{셈본 익힌 이들은 C=(F-32) x 5/9가 속셈으로 처리되겠네}
Wall-to-wall carpet이니 찬 온돌에 배 대고
“마루를 구르며 노는 늙은 것 세상을 모르고노나” 흥얼거리며 뒹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빈둥거림이 원천봉쇄된 건 아니라서
난 혼자서 board game, 아내는 ‘유쾌한 행복론’인가를 읽고 있다.
“히히, 전시륜 그 사람 황당함이 당신을 뺨쳐.
별 볼 일 없이 놀고 지내는 꼴이 딱 우리 모습이야.”
그저 그래도
그냥 사는 거지요
조블도 그러네
이삿짐 꾸리기도 귀찮고
해오던 거니까
붐 지난 동네 복덕방 문이나 열어둔 셈이지만
보름 가도록 새 포스트 하나 올리지 않으면
“어디 아픈 데라도?”라는 문안 들어올까 봐
-뭐 그런 일 없었지만. 아니, “별 일 없지요?”라는 인사 받았던가?-
일단 ’별 일 없음’이라고 게시합니다.
참,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