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떠나고

 

손님 떨어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와보니 먹을 만한 게 없고

파리 날리는 형편에 흥이 나지 않아

쌓인 재료는 신선하지 않고 주인 상판에는 한숨과 짜증이 두드러져

“아니 돈 내고 내가 왜?”로 발길 끊게 되는데

악순환이든 선순환이든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 돌아가며 효과가 확장 증폭되더라고.

 

딴 얘기 아니고

“블로깅 이 짓 계속해야 돼?”라는 생각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닐 거야.

아름다운 퇴장? 그런 걸 고려할 정도로 경력의 중요부문도 아닌데

은퇴(?)를 번복한 이들이 말 안 해서 그렇지 금단현상도 있는 모양이더라고.

 

개점휴업 격이지만 그래도 한 끼 밥상 짓는 것은

죽간(竹簡)에 수적(手迹) 남기는 정성으로 꼬박꼬박 소식 전하는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저는 이렇게 지냈습니다”라는 보고인 셈인데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더러 궁금해 할 사람들 있을 것 같기도 해서-착각인가?-

공개서한이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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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왔다 떠났다.

이삿짐이 목적지로 가는데 석 주에서 두 달까지도 걸린다고?

미국 땅이 넓다 해도 그건 말이 안 되지, 어디라도 나흘이면 가는 거리이겠는데

그게 워낙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곳으로 가는 것이라서

이런저런 짐들을 모아 이리 붙이고 저리 옮기며 일곱 번이나 다른 차로 갈아타야 한다나.

그래서 가는 길에 친정이라고 들어와서 여드레를 묵고 갔다.

그 동안 두 아들도 다녀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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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 반가웠고

사위를 볼 때마다 귀엽고 듬직하고

며칠 지나니 아이들이 볼 일 보러 나가면 “휴우 이렇게 편한 걸~” 싶도록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다 떠나보내는데 울컥 올라오는 게 있어 도리 없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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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편에게 뭘 해준 게 없구나” 그랬더니 “딸을 주셨잖아요”로 나온다.

작년에 혼례를 치를 때 사돈 사이에 오간 물품이 없다.

“이거 의논해서 그러기로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셔요” 그러며 차비와 체제 비용 상당액을 부쳤기에

“너희들 좋은 침대라도 사라” 그러며 반을 뚝 잘라 돌려줬더니 너무 감동하는 것 있지?

이미 출가시켰는데도 혼인 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속(時俗)을 모른다.

그저 언론에 보도되는 행태를 접하며 혀를 찰 뿐.

 

 

아들들까지 와서 잠깐 아파트가 복작복작했다.

옛날처럼 식구들이 몰려가 햄버거 등 fast, junky, unhealthy food도 사먹고

이태리 여행에서 배워왔다는 파스타나 피자 해주는 것도 얻어먹고

저희들끼리 영화 구경 갔다 오고

같이 노래하고 그랬다.

{음악에 별 소질이 없는가 보다 했던 딸이 아빠가 자꾸 처진다고 눈총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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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불고 풀 없는 돌산에 널려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몇 해나 살게 될꼬?

저들은 어른이 되었고 우리는 무력해지니 저들이 우리를 걱정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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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가 헤어지고

쥐었다가 내어주고

왔다가는 떠나는 것.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말해줘도 뭔지 모르겠다 그러지만

사랑을 해본 사람에게야 사랑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우린 사랑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됐네.

 

 

{나야 받기만 하지만

좋은 친구의 사랑도 그런 것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