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선친의 오주기, 시간 좀 흘렀지만... 좀 그랬다.
흰 장미 몇 송이 꽂아놓고 모습 그려보다가
하관 마치자마자 밥 먹으며 왁자지껄하던데 “에이 뭐 밥 먹으러 나가자”로.
200가지 요리에 $5.95라는 뷔페에 가서 질보다는 양 쪽으로 때려먹고 오다가
“MSG를 많이 섭취했으니 아무래도 물이 키겠지?”싶어 근처 슈퍼에 물을 사러 들어갔는데
24병들이 두 묶음에 5불, 그러니까 한 병에 100원-10전-꼴이다.
싸도 싫다? 그게 아니고
리사이클도 안 하는 동네에서 비닐 병이 48개가 나오니까 속상하잖니?
-그래도 저녁은 해야겠지?
-김치 있고 밥 있는데 뭐...
-국은 만들어야 하니까
-아 나 그 말 듣기 싫어, 내가 언제 국 없다고 밥 안 먹었나?
남자들은 국 없으면 밥 못 먹는다는 말 여자들이 만들어 낸 거지, 내가 언제...
-그게 아니고, 국 하나라도 안 올려놓으면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더운데 일 없이 열 올릴 게 아닌데, 해서
-‘강다짐’이 뭔지 알아?
-우격다짐(coercion, forcing)이란 뜻이 아니기에 물었겠지.
{대답을 그렇게 해요, 참 내...}
-국이나 물 없이 먹는 밥이네.
그래서 ‘강-’ 얘기가 나온 거지.
가끔 어벙한 걸 틀리기는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에 나갈 사람은 짝이지 내가 아니지만
{썰} 풀기는 내가 잘하는 셈이어서 얘긴데
영문법을 일식 용어로 배우던 시절에 접두사(接頭辭)라고 그러던 것 있지
‘앞가지’라는 산뜻한 우리말 써줬으면 좋겠어.
맨-손, 막-춤, 들-국화, 짓-밟다, 샛-노랗다의 예에서처럼
단독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다른 단어의 앞에 붙어 뜻을 강화하거나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그럼 ‘강-’이 붙어 어떤 말이 되냐 하면
(1) 모질고 호된, 그런 방향으로 강화된 말 eg. 강새암
그럼 강추위는 보통 추위라기에는 도가 넘는? 아니고
(2) 물기가 없는, 엉? 그게 무슨?
강추위 = 눈은 오지 않고 아주 춥기만 한
강더위 = 비는 오지 않고 볕만 내리쪼이는
강바람 = 강에서 부는 바람 말고 습기 머금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이기도
강다짐 = 국이나 물김치 같은 액체 없이 먹기, 그렇게 먹는 밥이 강밥
강X = 무지 된 X,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대는 지나갔는데 왜?
강모 = 비가 오지 않아 마른 논에 호미나 괭이질을 해서 심는 모
강울음 = 눈물이 나지 않는데 억지로 우는 울음
{눈물 달고 사는 여자나 도무지 울어본 적 없는 남자나 연애상대로 만나면 좀...}
(3) 섞지 않고 그것만으로 짓거나 이룬
강조밥 = 좁쌀로만 지은 밥
{그럼 꽁보리밥은? 처음엔 강보리밥이라 했겠지요.}
강담 = 흙 없이 돌로만 쌓은 담
강술 = 안주 없이 먹는 술
{마초 폼나게 ‘깡술’이라 발음하지만, 깡으로 마시는 술이란 뜻은 아니지.}
아무래도 억지스러운 걸 두고 ‘강-’을 붙이는 모양이네.
강더위는 갔다며?
비도 내렸다고 하고.
기다린다고 물폭탄 투하할 건 아닌데, 사대 강 녹조 단번에 해결하려고 내리신 걸까?
*할 일 없어 끼적이다가 휴지통에 처넣지 않고 그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