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하, 여기도 망초가 있구나?” 그러다가
“가만있자, 한국에서 개망초라고 부르는 것은 본래 아메리카에서 건너간 거지”가 생각났는데
나라-이조- 망하던 해에 들어왔다고 해서, 혹은 “이 망할 x의 끈질긴 잡초~”라서 망초?
무슨 원수졌다고 깐 데 또 까는-add insult to injury- 식으로 개~까지 붙여 개망초라고 부르는가?
잃을 亡자는 써서 안 될 것 같고 바랄 望자를 쓰면 어떨까?
뭘 바라는 풀이라서 望草?
뱀 무서운 줄 모르고 망초 풀밭에 누웠던 사람이라면 “꿈이여 다시 한 번~”쯤을?
잊을 忘자는 또 어떤고? 忘草라고 쓰지만 꽃말이랄까 속뜻은 “Non ti scordar di me”인.
할 일 없는 사람이 ‘망’자에 빠져
그물 罔자도 생각해내고, 그러다가 “天網恢恢, 疏而不失”까지 이르렀는데
뭐 정작 잡아야 할 X들은 다 빠져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茫茫 蒼天을 바라보다가
忙忙하지 않아 좋지만
은퇴가 긴 휴가의 시작은 아닌데
그간 덧없이 헛되이 세월 보낸 것 같아
이래선 안 되지, 허리끈 조이며 일어난다.
아니 저 기러기들 보게.
白露 되기도 전에 이 더운 곳으로 오면 꼴이 좀 그렇지 않냐?
그것이... 사람들 던져주는 모이에 익숙해져서 떠나지도 않고 텃새처럼 되어버렸거든.
너희들 모를 거다, “떠날 줄 알게 하소서”라는 노래.
기러기 때문에, 또 勿忘 때문에 이어지는 생각
쎄쎄쎄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엽서 한 장 써주세요~
杜甫의 시구, “洞庭無過雁 書疏莫相忘”로 건너가면서
답장 안 보내는 녀석에게 꼬박꼬박 소식 부쳐주는 친구가 새삼 고맙고 자랑스럽구먼.
{秋史體로 써서 잘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도 더러 있어요.
나야 金洙暎과 龍虎相搏의 土龍體라서...}
떠날 때는 그런다.
時時爲安慰 久久莫相忘
{띄엄띄엄, 그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