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오 순수한 모순
“가만 있자, 노동절 연휴 시작이네” 그러자 “연휴가 무슨 상관?”으로 나온다.
그렇지, 일 안 하는 사람에게 연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근로자들에게는-에고, 나는 그 대열에서 빠졌네- Labor Day가 가을을 맞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날,
그러니까 여름휴가를 잘 보낸 이라면 집에서 잘 쉬며 “아 가을인가”로 뭉갤 것이고
어쩌다가 피서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던 이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세라 짜증나는 대열에 끼어들 것이다.
나에게는? 먹는 날. 언제는...
고기 안 먹으려고 했지만, 전통 노동절 음식으로는 남부 스타일 바비큐, 해서
含哺鼓腹(함포고복)으로 “聖恩(성은)이 罔極(망극)하나이다”하는 동안 잠이 들었나보다.
非夢似夢間(비몽사몽간)에 정장한 두 여인 사이에 끼어 산책을 하는데 “아니 이런...” 낭패네.
옛 친구에게서 ‘좌파’라는 지적을 받아 가뜩이나 편안치 않던 차에 그녀들은
Rosa Luxemburg와 Hannah Arendt였던 것이었다. 저리 가, 좀 떨어져 걸으라고.
꿈이니까 뭐...
Rosa 때문에 장미가 생각났지.
봄철에 한번 잘 피고, 여름의 땡볕을 견디지 못해 빌빌하다가 선선해지면 다시 꽃망울을 맺는다.
{이른 철보다야 못하지만.}
장미, 오 순수한 모순!
응, 왜?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矛盾이라...
그거 ‘incompatible’이라는 논리학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말도 안 돼”라는 말로 대치할 수 있겠다.
말도 안 돼? 불신의 뜻
일어날 수 없는 일, 할 수 없는 짓, 그러나 일어났거나 그랬다고 전해 듣고 발하는 반응.
드물게는 엄청 뛰어난 것을 대하고 입 다물지 못하다가 찬사라고 찾아낸 말로 사용되기도.
태어나기 전의 오므림, 겹겹의 꽃잎은 속을 내보이지 않고 그러니 건드릴 수도 없는 것
그러면 순수이겠네?
태어나기 전이니 아직은 죽은 걸까? 삶 이전에 어찌 죽음이?
다 피고 난 다음에도 오그라들고 말릴 것이다.
그러면 또 눈을 감는 것이고.
예전에 ‘Heidenroslein’의 한역 가사가 이랬다.
“꺾으려면 꺾어라 나는 너를 찌르리”
너의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가시를? 아니고,
아픔 없이는 온전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
마른 꽃잎 같은 편지들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지 못함을 미안해하는 바랜 종이에 희미한 잉크색의 글자들이 아니라도
무미하고 냉정한 이메일의 더미에도
가시는 남아있네.
북마크 해놓지 않았어도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 것 같은 책의 페이지
거기에 찍힌 나비의 입맞춤 자국.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너는 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