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나무 때문에

 

汨沒(골몰), 沒頭(몰두), 그러고 끝장 봐야 하는데

내 관심은 끝없이 확장, 분산하다가 오래지않아 흥미라는 추진력을 상실하고 만다.

없던 것처럼 되고 없었던 일이고 마니까 이루고 건진 게 없다.

하나 잘하는 것은 이어가기-聯想(연상)

“원숭이 xxx은 빨개”로 시작해서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까지는 가는데

그것도 나만 별나게 잘하는 특기 정도는 아니고 보통사람 수준에 머무르는 줄로 안다.

 

 

일전에 ‘갈매나무’라는 말이 포착되자

창밖에 비바람 불지도 않는데 내 마음 나래달고 헤매게 되었다.

그게 별 거 아니라고 그랬잖니.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1) 드물지도 않고

(2) 굳다? 단단하다는 뜻이라면 그럴 수도. 단단하다는 대추나무도 갈매나뭇과(科)이니까.

(3) 정하다? 여느 나무보다 더 正한지, 아니면 딱히 淨할 이유라도? 모를 얘기.

높은 산 물가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만한 그 갈매나무 말고

木月의 마음속에서나 있을 ‘九江山’이나 호남선, 전라선 어디에도 없는 곽재구가 만든 ‘沙平驛’ 같은 게 아닌지.

아 뭐 갈매나무야 실체이기는 한데

白石에게 빠졌다고 해서 “세상에 그런 나무 또 없습니다.”로 나올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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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바자윈 딴지일보 총수, 가납사니의 몽니, 헤살이냐고?

실은 나도 갈매나무-백석-갈매빛-아 가을인가로 헤매고 있는 중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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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 사람 이름 한 자를 0으로 처리하던 시절-오래 전도 아니네-

요즘 말로 친북, 종북이어서 자진 월북했던 문인들은 그렇다고 치고

백석은 월북인사가 아니고 월남하지 않은 사람이잖니

{궁금해, 왜 시기를 놓쳤는지.

굳이 고향과 가족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했는지, 그저 무기력했는지...}

왜 그토록 오래 가려졌을까?

 

解禁되자마자 “잉, 이런 천재가 있었단 말이지~” 하고서는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地方語가 넘치는 물에 뛰어들어 허우적대더라고.

 

{자야말고도 “나타샤? 내가 기여!”로 나선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며?}

 

갑자기 딴 사람 얘기로 넘어가서 좀 그렇지만

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그의 시를 교과서에서 빼야한다는 얘기도 웃기지만

아, 접시꽃 당신? 그가 의원이 된 것도 쪼깨 까갑하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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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제 갈매빛으로.

{예전에, 그니까 블로깅 시대 초기에 갈매빛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했던 적 있다, 맞나?}

 

형용사가 발달했다는 우리말, 靑도 綠도 그저 ‘푸르다’고 한다.

뭐 쪽빛과 갈매빛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

초록색을 두고 다 갈매빛이라 할 건 아니고, 사전에서는

“검은 빛깔이 돌 정도로 짙은 초록 빛, 멀리 보이는 아득한 산빛이 이런 빛을 띰”이라고 한다.

갈매 잎이나 열매를 알고 봤어야 말이지.

그럼 모싯잎떡 빛깔이라 할까? 그것도 못 봤다는 이들 많겠네.

 

다른 걸 두고 갈매빛 난다고 하자면 갈매빛부터 알아야 하는데

大餘는 “도독한 볼기짝 너머 갈매빛 나는 네/ 불두덩에는 왜”(‘네 살 난 천사’)라 그랬다.

未堂은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山”(‘無等을 보며’)이라 했다.

김춘수, 박용래 다 ‘갈매빛 하늘’이라 그런 적이 있는데, 그것도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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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갈매빛?” 그러면, “몰라 갈매빛을?” 하고는 저도 우물우물하고 말더라.

{그 옛날 히포의 어거스틴은 “<시간>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알 것 같다가도 대답 못하겠어요”라고 그랬지.}

 

그래, 갈매나무, 흔하지 않아도 드물다 할 것도 아닌데

갈매나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닐 것이고

굳고 정한 갈매나무가 어디 그리 많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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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던 시절에 우리나라는 눈이 부시게 푸른 가을하늘이 자랑거리였는데

그게 어디 대한민국에만 있는 거겠니?

한여름 구름 있어 그나마 땡볕 가린다고 했는데 여기도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네.

그래도, 이 하늘 보고 그 하늘과 ‘오메 단풍 들것네’ 그리다가 옹알이가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