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consin에서 2

 

 

사랑한다면, and/or {거북한 말이지만) 존경한다면 말이지

그런 사람과는 다투지 말아야 할 거야.

다툼이라는 게 “내 마음 왜 몰라줘?” 혹은 “좋아한다면 그럴 수는 없지”라는 섭섭함에서 일어나겠는데

싸우면서 정든다는 건 긴 시간 연애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게 될 때의 얘기지

그러다가 그런 사람인 줄 알면서 결혼해서 별 탈 없이 살 수도 있는 것이지만

뒤늦게 만나 자주 보지도 못하는 처지라면 말이지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라도 “호의를 지닌 것은 분명하니까”로 넘어가며

“지당한 말씀!”의 표시로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옅은 미소 묻혀야할 거야.

“날 그렇게밖에 대접하지 못해?” 혹은

“네가 아직 날 모르는구나, 이제껏 몰랐으면 앞으로도 그렇겠지”라는 서운함에

“이렇게 피곤할 바에야...”라는 생각에 무를 수도 없게 탕, 탕, 탕 선고 내리고는?

달 밝은 가을밤에 이 마음 어이 해~

옛적에 어머니가 딸에게 “참아야 돼, 끝까지 참아야 돼” 그랬지만

참으면서야 연애할 수 없는 거지.

그런데 뭐 그렇게 힘들 이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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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는 게 그런 때더라.

옛 기대가 실현되지 않은 채 새로운 동경이 피어나고

비 오는 날 지렁이처럼 꼬물꼬물 기어 나오니

아하, 그거 참...

이제 뭘 할 건 아니지, 아무리 늦어도 너무 늦은 때는 없다? 그거 웃기는 말이네.

그런데, 그 동경이라는 게 회귀나 추상(追想)이 되고 마는 게 문제란 말씀이야.

그 ‘Molly Darling’인가 하는 미국 민요, “아득하다 저 산 너머... 고향집 그리워라”로 옮겨 좀 그러네

원작은 “Do you love me Molly darlin'/ Let your answer be a kiss”이지

여하튼, “돌아가리라”라는 마음이 안개 일듯 피어나는 때가 가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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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와보라 했고 가보마 했으니 간 거지

달랠 길 없는 마음 안고 정처 없이 떠돈 건 아닌데

흠~ 가을 나들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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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주신 민박사 내외께 감사드린다.

대지가 일 에이커나 된다.

 

 

 

Wisconsin Dells.

홍하의 골짜기(the Red River Valley)는 아니고

물속에 용해된 광물질 때문에 물빛이 콜라 빛이거나

사대 강 녹조현상 같은 건 아니겠으나 진초록-힝, 저질 갈매빛이네!-이 되기도 했고

양안(兩岸)의 침식된 절벽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연결된 the Niagara Escarpment의 연장임을 드러내고 있다.

유람선 타고 강을 오르내리는 동안 ‘로렐라이’쯤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에고, 미국 노인들은 조용하거든,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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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바위 위가 평상처럼 반듯한 곳에서는 옛적에 인디언들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단다.

높이 30m쯤 촛대처럼 솟은 두 바위가 2m 남짓 떨어져 있어 담력 훈련으로 괜찮을 듯한데

올라가 건너뛰어 보겠다는 사람을 한사코 말린다.

-여보, 제발 참아주셔요. 늙어서 혼자 남는다는 게 얼마나...

-허허, 여긴 약사봉도 아니고 사자바위도 아니고, 그냥 맨땅에서 넓이 뛰기 하듯 하면 그깟 2m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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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라고 큰 Water Park가 몇 군데 있지만 한국식으로 위락시설이 들어서있지는 않다.

 

 

돌아오는 길에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 캠퍼스)를 둘러봤다.

촌에 있는 학교? 세계 대학 랭킹 5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고, 학부 학생만 2만 명이다.

캠퍼스 부지가 만 에이커나 된다니... (곱하기 1224 하면 평수)

 

Lake Mendota와 Lake Monona 사이에 위치하여 학생들이 요트와 서핑을 즐기기에 좋다.

호수 얘긴데, 오대호 중 하나인 Michigan호는 표면이 58,000 평방km이다. (남한 크기가 10만 정도)

(‘목계장터’ 신경림 시인이 전하는 얘기, 뻥인지 모르지만)

경상도에서 올라오신 노인들이 충주호를 바라보다가 크기에 압도되어 그러더란다.

“바다가 넓다 캐싸도 우예 이보다 더 크겠노?”

캠퍼스에 닿은 호수만 해도 충주호보다 크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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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기러기들도 줄 맞춰 다니는데 어이하여 뿔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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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돌로는 크고 오이지 누르기로는 작은 돌 몇 개를 모으는데 일분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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兮山(혜산) 시인이 주셨던 수석 몇 점을 돌보지 않았더니 그냥 평범한 돌이 되고 말아

한국 떠나면서 두고 왔다.

선택되고 굄 받고 가꿔진 돌도 잊히면 그렇게 되고 마는데

그래도 돌은 찾아내어 손보면 어느 정도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긴 가꿀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보기야 했겠지만 북한강 자갈밭에 섞여있던 돌이 뭐...

골라서 택했기 때문에 귀하게 된 것일 터.

꽃은? 씨를 맺고 다음 해에 비슷한 꽃이 다시 피겠지만

‘그때 그 꽃’을 찾겠다면? 없지. 회복, 재생 불능.

아름다웠다는 기억뿐. {평가된 기억이기에 事實에서 떨어진 史實일 수도, 寫實은 아니겠네.}

사람이 만나 어울렸던 좋았던 때는 돌(化石)로 남을까, 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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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日紅이라지만 늙어도 너무 늙었는데, 찾아와 앉은 벌-실은, 꽃등에-도 늙었는지?

{김삿갓이 “花老蝶不來”라 했던 고사가 생각나서 쓴웃음.}

꽃은 그렇고... 눈 돌리니 이런저런 호박들이 널렸네.

둥글박만 댕글이달리더라 에헤요 달리더라! {소월의 ‘넝쿨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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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떨어진다.

싱거운 안부조차 끊어졌는데

젖어선지 짜르르 한다.

{어디 늘어진 전깃줄이 있는가 둘러봤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