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기행 1 아스펜

 

붉을 丹자라고 해서 丹楓이 꼭 붉게 물듦을 가리키는 건 아니고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라는 絶句는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바뀜에 모두 적용되겠지요.

보통은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가 “오메 저 환장할 것”으로 마음의 타오름도 격발하겠지만

노랑? 것도 좋더라고요.

꺼지지 않은 불을 되살리려는 게 아니고 남은 온기만으로 밤을 견디자고 맘먹고 나면

노랑 그거 자가 처방 안정제더라고.

젊어서는 쑥부쟁이 빛깔인 연보라가 좋더니만

나이 드니 노랑, 샛노랑은 아니고 붉음을 아주 조금만 섞은, 또는 좀 빛바랜 노랑이 괜찮아지데.

은행잎, 그보다 더 고운 아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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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인 지망생은 ‘은사시나무’라는 말쯤 몇 번씩 입에 올리곤 했는데

Aspen은 버드나무(Salicaceae) 과 사시나무(Populus) 속이긴 하니까

미루나무, 사시나무, 다 ‘원조’나 ‘할머니’ 붙인 상호의 갈비집, 족발집 같은 이웃이라 보면 되겠네.

 

노랑잎이라고 다 아스펜은 아니고 봄철에 솜 같은 씨를 날려 보내는 Cottonwood

“날 그냥 포플러라고 부르면 섭섭해”라고 하는 것들도 고운 노랑으로 물들고

에고, 이름 다 알아야 하는 것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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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서남부, San Juan Skyway를 따라 돌아봤다.

Durango에서 시작하여 Silverton, Ouray, Telluride에서 하룻밤씩 묵고

Mesa Verde를 거쳐 New Mexico로 왔으니까 그만하면 잘 둘러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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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 따라 다르고 저지대-라 해도 6,000피트는 보통 넘지만-에서는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있지만

절정은 지난 셈.

{그걸 맞추기가 쉬워야 말이지.

Climax, optimal point, 한창, 그런 걸 좌표로 찍어 ‘바로 그때’로 제한하는 게 아니고

모자라면 어때, 좀 넘쳐도 그만, 그 정도면 됐지, 자취라도 남았으니... 뭐 그쯤으로 해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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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아무리 곱다 해도, 늦봄 들꽃들이 피어나는 때의 환희를 놓칠 수 없다 해도

콜로라도의 high season은 11월 말부터의 스키 시즌이다.

Durango에서 증기기관차로 세 시간 걸리는 폐광촌 Ouray, 영화제를 유치하고 부자들이 찾는 Telluride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유령도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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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nugget-아스펜 잎이 쌓이면 금화 더미 같더라- 다 떨어지고 gold rush 지났으면 ghost town?

그걸 알아야 해.

 

왕년에 한국교회에서 부르던 찬송가, 로렐라이 가락에 붙인 가사

“저 캄캄한 금광 속에 금 캐는 광부는 그 말할 수 없는 운명 제 뒤를 따르나”라고 했는데...

미국 서부 개척사에서 금 찾는 사나이들은 砂金을 채취한 거라고.

 

찬 강물에 몸을 절반쯤 담고 종일 떠올려 건지고 키질하듯 골라내어

양말 하나 분량의 금빛 모래를 얻으면 수지맞은 셈인데

그게 다 제 거냐 하면 중간상인이나 조합에게 터무니없는 셈법으로 뜯기고 마니

노동의 고됨에 비해서 돌아오는 건 “별로...”이더라고.

 

{일해야 먹고 사는 걸 모르지도 않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못사는 건 게을러서”라는 타박? 말이 안 되는 거지. 너무 비정해.}

 

그래도 어쩌겠냐, 행복은 단번에 금괴 쥐듯 얻는 게 아니니까.

세월의 흐름 속에 녹아 흐르는 금가루를 내가 다 얻을 것도 아니고

일한만큼 얻고 살만큼 주어진 것으로 그날그날 사는 거지.

별 볼 일 없다고 발 빠른 이들 떠난 마을에서 정 붙이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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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없는가 봐, 잔챙이라도 송어는 자주 올라오네.

 

 

천지삐깔에 온통 노랑, 눈을 들어 치켜보면 보색대비의 짙푸른 하늘

{자랑할 게 가을하늘밖에 없던 때에도 한국만 가졌던 하늘은 아니었을 거라}

 

“밀밭을 보면 네 생각이 날 거야”는 여우가 블론드 헤어 왕자에게 한 말?

아니면 왕자가 금빛 털의 여우에게? 어쨌거나,

잊지 않으면, 생각나면, 보고 싶음이 터져버릴 것 같으면

다시 와보게 되겠지.

그때는 금빛 아니더라도

아스펜 잎이 아기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돋거나 blue bonnet가 길가를 덮을 때라도

너의 너 됨이 바뀌었다고 그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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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 위험도가 높다며?

한국에서는 인공사료 의존도가 훨씬 높고 비좁은 공간에서 운동도 못하며 살만 키우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맘껏 뛰놀며 흐르는 물을 마시며 자란 소들이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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