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기행 3 Telluride에서 Last Dollar Road로

 

서남 콜로라도의 San Juan National Forest는 경상남북도를 합한 것보다 넓은 면적인데

가을이라 아스펜이 두드러질 뿐 침엽수들이 많다.

가문비나무(spruce), 전나무(fir), 노간주나무(juniper), 강털소나무(bristle cone pine) 등이

눈 녹지 않았을 때가 더 긴 고지대에서 “언제나 푸른 네 빛”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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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기 전에 뜬 초승달-미인의 눈썹을 두고 蛾眉(아미)라고 했지-을 보며

달은 “나의 긴 旅程을 알” 거라는 Atahualpa Yupanqui의 ‘뚜꾸만의 달’(Luna tucumana) 가사가 떠올랐다.

보름달 적에도, 그믐에도 걸었던 자취, 강나루 건너 밀밭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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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앙겔루스 실레시우스의 단시 몇 구절이 생각났다.

 

장미에 무슨 존재 이유? 피니까 필 뿐.

절 돌보지도 않고, 봐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네.

{The rose is without why; it blooms because it blooms;

it cares not for itself; asks not if it’s seen.}

 

꾀꼬리는 뻐꾸기 소리를 흉보지 않네

저처럼 노래하지 않는다고

 

창조냐 진화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아니면, 힝 뭐 죽지 못해 사는데?

그런 걸 따질 게 아니고, “아 좋다” 하자고.

“됐다” 그러자고.

{“뭐가?” 그러지 말고.}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

그냥, ‘있다’는 ‘이다’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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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겁 많은 아내가 곤돌라를 타고 올라와서 또 몇 백 미터를 걸어 올라오고는 너무 대견한거라.

두 팔 벌리고 ‘The Canticle of Brother Sun’을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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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uride는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온 이주자들이 모인 촌락이었는데 이제는 스키어들이 찾는 휴양촌이 되었다.

비수기로 찾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으나 방값, 밥값은 여전히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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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로 갈 수 있는 Mountain Village에는 누가 찾는지 대형 식료품상이 있다.

Andy Warhol은 무슨 Campbell tomato soup 같은 걸 그렸나 몰라, 그곳의 상품 진열이 가히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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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글쓰기에 전념하겠다는 사람들 벌이는 시원찮을 테니까

작가조합 허름한 건물 벽은 (말하자면 좌파 성향의) 시원찮은 구호들로 더덕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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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원주민의 성지인 Mesa Verde를 가면서 더러 포장이 안 된 Last Dollar Road를 택했다.

경치는 기막힌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는 뒷자리에서 눈감고나 갈만한 아찔한 구간이 있다.

요세미티 공원에서 太湖(Lake Tahoe) 쪽으로 빠져나가는 구간이 그렇듯이 가드레일이 없고...

 

‘역사 유산 Last Dollar Ranch를 살립시다’라는 시민들의 캠페인도 있었던 목장을 지나고

‘가지 않은 길’이랄까 그런 길을 택했고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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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소리 딸랑거리는 양이 先導를 잘못해선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양떼에 막혔다가

쫄랑거리는 개 몇 마리가 길을 터주어 통과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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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첫째 고개 첫사랑을 못 잊어서 울며불며 넘던 고개로 시작해서 몇 고개를 넘었던가

강이 흐르는 평지로 내려왔다.

이제 강 따라 準고속도로級 속도로 Dolores County를 가로지르게 되었다.

농경지랄 수는 없고, 목축, 사냥, 송어 낚시, 캠핑... 그런 걸 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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