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박재삼 시인의 ‘아득하면 되리라’가 떠올라서...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란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 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어쩌겠는가?
그리움의 거리는 좁힐 수 없다고 치고
익숙함에 스며든 “그런 줄 몰랐어” 때문에 소름 돋으면?
“그렇구나, 그건 분명 거리였구나”로 차라리 안도하자고.
해, 달, 별과의 거리는 그렇다 치고
{그래, 뭐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서 빛나소서!” 그러면 되고}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한껏 좁혀놓았는데 여전히 타인의 방에 따로 거한단 말이지?
어른거림에 와락 껴안아봤자 달이 내려앉은 호수에 뛰어들거나
李奎報가 ‘井中月’에서 지적했듯이 동이 기울이면 달 또한 비게 됨을 모르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목마름은 가시지 않고.
일광절약시간이 해제되어 한 시간 더 멀어졌네.
光年까지는 아니라도 광시? 것도 꽤 먼 거라고.
너와 나의 거리 말인가?
단일화의 거리 말인가?
머리와 가슴의 거리 말인가?
좋은 사이라도 좋을 때 좋을 뿐이라는 게 쓰다.
기분은 바람이고 신뢰는 탑인 셈.
위용 있는 마천루도 흔들린다지만
강풍도 아닌데 무너진다?
공든 탑이 아니었던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