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기에 진달래?

“나 그만 죽을래” 하지 않아도 때 되면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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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죽음이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이르러서야 죽어감을 절감한다면, 에고 그래서 헛산 것.

죽음은 봄 안에 똬리 틀고, 그러기에 봄은 아름다운 것.

이 아름다운 봄날 그냥 보낼 건지?

늙으면 봄을 즐기게 되더라고.

“I enjoy the spring more than the autumn now. One does, I think, as one gets older.”

―Virginia Woolf, <Jacob'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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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검색창에서 가져온 것

 

 

多發性 coming이라 Cummings라 했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가 그랬다.

“sweet spring is your

time is my time is our

time for springtime is lovetime

and viva sweet love”

 

그렇구나, 달콤한 봄날은 사랑하는 때

해서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응, 응, 응

{Cf. 문정희, ‘응’}

얘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고 무슨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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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냥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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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of Avonlea-이 그랬다.

“That is one good thing about this world... there are always sure to be more springs.”

봄이 또 오리라는 믿음이 흔들릴 때가 되었네. 常春? 그거 억지.

 

{그 蕙園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있잖니, 히 어지간히 급했던 게야.

신발 벗어놓은 꼬라지는 뭐며, 주안상 받기도 전에 쯧.

봄날은 간다? 그럴작시면 ‘四時長春’이라는 畵題는 反語였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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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봄꽃 한번 졌다고 봄날이 다 가는 건 아니거든.

光山 金氏 할배인 金尙埏 어른이 그러시데. “梅花己落杏花仍”

매화 이미 졌지만 살구꽃 따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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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comes in like a lion, it will go out like a lamb”라고들 그러고

다음은 뭔지 모르면서 자주 인용되는 “April is the cruellest month”라는 말도 있지만

예보야 어떻든, 소나기 쏟아지든지 꽃샘추위가 엄습하든지, 지금 봄날 맞지?

“Despite the forecast, live like it's spring.” -Lilly Pulit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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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왜 그러지 이 나이에 말이야...

李後白((1520-1578)이 잠깐 놀던 애가 생각나서 그랬대나, “春心至老消難盡.”

{남자들 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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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장함을 두고 할 말은 아니네만, 梅竹軒이 그러셨지

“황천길엔 주막이 없으니 오늘밤엔 뉘 집에서 묵어갈꼬(黃泉無客店 今夜宿誰家).”

그것이... 꼴깍~하면 밤인 것을, 그러면 幽明을 달리하는 건데.

 

그러니 길든지 짧든지 딱 하루, 너나없이 하루살이

짧은 듯해 애석하기도, 너무 긴 듯해 힘들기도.

밤으로의 긴 旅路(Long day's journey into night)에 아직은 낮,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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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어두워지면?

Abide with me; fast falls the eventide;

The darkness deepens; Lord, with me ab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