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은 2
손가락이 열 개이니 세기 좋으라고 십진법이 생겼을 것이고
일 년을 이루는 달도 처음에는 열 개로 셌는데
“가만 있자, 천체의 움직임과 맞지 않잖아?” 해서 달 두 개를 보탰는데-고대 로마력-
그러다보니 뒤에 붙을 두 달이 앞으로 치고 나와 두 얼굴의 Janus 신과 정화한다는 뜻의 februum을 따서
(쉽게 영어로 부르자면) January와 February가 되었고
본래 7, 8, 9, 10을 나타내는 말이 그대로 9, 10, 11, 12월을 가리키게 되었다.
November? Novem은 로마-라틴-어로 아홉(9).
Araphao 인디언들이 그랬다던가, 돌아다니는 말인데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며?
{그들이 그랬다기보다는 누군가 장난삼아 멋 부린 게 아닌가 싶어.
아무튼, 정희성 시인이 “그렇구나!” 하며 받아 썼는데...}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그랬지, novem이지 novum(=new thing) 아니라고.
11월이 무슨 새~? 저물어가고, 낡고, 허물어지는.
그래도 하나만 더하면 열이 된다는
마치 열 달을 채워 아기 하나 밀어낸다는
多夕의 말로 ‘滿朔空’이랄까 그런 걸 기대한다면,,,
있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저만 속지, 그 말로 남들 속일 것 있나?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던 분도 most likely...}
모두 다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라지고 있다
사라질 것이다
달랑달랑, 간당간당한 것 떨어지면 끝!
그렇지 뭐, 어느 단계, 어느 순간이라도 안 그렇겠는가.
가톨릭에서는 만성절(Halloween, 스웨덴에서는 alla helogond dag)로 시작하는 11월을
慰靈聖月로 정하고 죽은 자를 기억하고 위해서 기도하라는데
{亡者를 위해서 기도한다는 게 제사처럼 실용주의적이긴 해도, 신학적으로는 좀 그렇지만}
“네 모든 행동과 네 모든 생각에서 네가 오늘 죽게 될 것처럼 너는 행동해야 할 것이다”
준주성범(遵主聖範, Imitatio Christi)의 구절은 귀기우릴 만하다.
Memento mori!
11월이면 아무래도 더 잘 들리는 속삭임.
{‘Hodie mihi, cras tibi’라는 안내 팻말 보고는 “글쎄 알았다니까” 씩 웃어주기.}
My sorrow, when she's here with me,
Think these dark days of autumn rain
Are beautiful as days can be;
She loves the bare, the withered tree;
She walks the sodden pasture lane.
from Robert Frost, 'My November Gu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