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初雪-

 

 

첫눈 왔는데 알리지도 않았냐고 서운하다는 얘기 아니네.

날리는 게 보일 정도면 공식적으로 첫눈으로 친다는데

서울이라고 해서 어디서나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밤새 자국눈이 깔렸다고 해서 밟는 소리 날 만큼 쌓이지도 않았겠지 뭐.

첫눈이란 같이 걷고 싶거나 적어도 소식 전할 만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나 의미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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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1975년)에 신춘문예 대상에 당선된 ‘初雪’이라는 시가 있었지.

그 나이 신인 작품으로는 꽤 괜찮은 시였어.

“하릴없이 숫눈발 속에 다시 서노니 초경의 비린내 풋풋한 순수함이여”로 시작했던.

“모든 만남은 언제나 영원한 첫 번째 만남이듯 흰 눈썹 부비며 낯선 미명의 거리를 가노라” 그러던.

 

‘첫’, ‘새’ 같은 것에 마음 뺏기는 게 우스운 노릇이지만

이제껏 산 건 나가리, 연습게임으로 치고 이제부터 실전 돌입, 삶도 사랑도 비로소 시작이야!

그러고 싶지 않겠어? “새로운 시간의 숫눈길 속에” 첫 발자국 찍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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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雪中訪友니 雨中訪友니를 畵題나 詩題로 삼았는데

그게 눈비가 내리기에 벗 생각이 났는지 찾아가는 길에 눈비를 만난 건지 모르겠으나

간다면 집에는 있겠는지?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라는 경우도 있으니까.

 

‘雪中訪友人不遇’(李奎報)이라 했다.

{애들 말로 벙찌다? 멍때리는 상황}

 

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종이보다 더 흰 눈판에 채찍 들어 내 이름 남겼는데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바람이 땅 쓸어 가리지 않고 남겨두라는 얘긴데...

 

이름 남겨야 되는겨?

“왔다가 못 보고 갑니다”라고?

 

만나자고 왔으니 어울리면 좋지만...

가슴 뛰며 찾아온 길 가시지 않은 흥으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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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모래밭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음을?

에고, 雪泥鴻爪(설니홍조)일세.

일부러 뒷걸음치며 비질할 건 없네만

功力이 높아지면 踏雪無痕의 경지에 이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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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아직 안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