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Grace
하는 일 없는데 식욕은 넘쳐서 언제라도 먹을거리가 놓여있으면 손이 뻗쳐나가고
물 말지 않은 맨밥이라도 술술 잘 넘어가지만
신문, 블로그 등 매체에 맛집 정보가 실리면 그런 데도 찾아가 먹어보고 싶다.
살아남으면 잘 살고 싶고 잘 살면 더 잘 살고 싶은 게 생물의 본능이라서
더 좋은 의류와 장신구를 걸치고 더 큰 집을 갖고 싶은 욕망 자체를 비난할 건 아니다.
아내를 치과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동안 잡지에 실린 예쁜 작은 집 모델들을 보았다.
열 평 미만의 미니하우스, 주 거처라기보다는 제2의 집, 주말하우스 개념일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와, 크다.
자녀 없는 가족이라 그런지 그 큰 집 이층에 침실 딱 하나, 아래층에 손님용 침실 하나
그러니 욕실 하나의 면적만도 스무 평이 넘는 것 같다.
뜰에 큰 참나무가 186 그루가 남았는데, 집 지으려고 150 그루를 베어버렸단다.
미네소타에서 자란 주인이 사냥이 취미라서 집 여기저기에 박제된 짐승들이 있다.
좀... 그렇다.
침실에 곰-인형이 아니고-이 웅크리고 있는데, 자다 일어나서 보면 좋을까?
호의로 초대한 집 주인의 취미이고 나도 육식을 즐겨 먹으며 할 말은 아닌데,
조준하여 쏘고 맞고 쓰러지는 일련의 짜릿함이란 곧 살생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에 그만...
연 이태 동안 명견대회에서 주 챔피언을 먹었지만
조련사가 별세하고 저도 늙어서 이제는 그렇구나...
식사 후 차를 마시는데 마침 Sandy Hook 초등학교(Newtown, CT)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사건 내용이야 보도기사 보면 될 것이고, 나는... 할 말 없다.
며칠 후 추모 모임(Vigil) 중계와 희생자 가족 인터뷰를 보며
슬픔과 비극에 대처하는 태도의 다름-문화권의 차이일까, 개인적인 성숙도의 문제일까-에 생각이 미쳤다.
겨우 여섯, 일곱 살 난 아이들 스무 명, 교사의 본분이기에 현장에 가까이 달려가서 당한 교사 여섯 명
그 가족들의 반응...
이런 애들이 왜?
CNN은 Grace McDonnell (윗줄 오른쪽) 부모와의 인터뷰(with Anderson Cooper) 후 'Amazing Grace'를 들려줬다.
아, 오늘이 한국의 대선일이구나.
'네가티브' 책략은 미국이 원조이고, 지난 선거에서도 어느 쪽이 덜 더러웠다고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아무튼 그러고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 그래도 '타인'의 아픔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추모사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고, 쉬운 말로 이뤄진 짧은 연설도 감동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눈물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박근혜, 문재인 중 누가 될꼬, 그들이라고 특정 대형 사고에 어떤 형태의 반응을 보이겠지만...
제가 분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억울한 국민의 눈물 때문에 같이 우는 모습 좀 보면 좋겠다.
{'화합형'이 아닌 줄 진즉 알아봤지만, 그래도 '통합'을 위해서 진실한 노력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