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인 날

부활절 전날부터 비가 내렸다.  춥고. 
부활절 같지 않네.
그러다가...  가만 있자...  “다행이네” 라는 생각.
그게 무슨 자연의 회복과 봄의 도래, 새싹, 꽃, 달걀...  그런 게 아니고...
처절한 싸움, 이겼지만 잃은 것도 많음, 아프지만 얻은 것도 많음.
그래서 눈물, 눈물은 피 뒤에 오는 것, 눈물은 물과 물이 만남.

물에 물 탄 듯이.
그게 뭐 잘못된 건가?
밀어냄도 없고 겉돎도 없고...
하지만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은 아니어서
흐려지기도 하고 맑아지기도 할 것인데,
신기해라
핏물과 섞이니까 눈 같이 되네.

 

싸움은 모두 끝나고...

 

다음날
개였다.
하늘을 쳐다보며
활짝 웃는다.


 

하늘이 맑지 않은 날
네게만 그런 게 아니고
하늘이 활짝 개인 날
그늘을 찾고 싶은 사람도 있겠고
하늘은 닫히거나 열리거나 하지 않고
언제나 거기 하늘로 있어
네 가는 길 지켜보며
그게 아니다 싶은 때에도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지만
마음에 주름잡힘은 어쩔 수 없어
때로는 신음으로, 간간이 눈물로
일깨워주긴 한다만
가지 않을 길을 가야 할 길이라 우긴다면
막지는 않는단다
그건 네 몫

하늘을 피할 수 없고
하늘을 막을 수 없고
가만, 사랑할 순 있는가
따름
따르면 눈이 열려
이끌림이 보이고
오래 참고 기다리심
그 마음에 뛰어들어
오 아마도 빗물이겠지
하늘에서 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