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나고
어제 날도 흐린데다가 기분도 그렇고 해서 단지 내 물가로 갔는데
그런 날이면 수면이 잔잔하거나 파랗지는 않지.
새들도 차분히 앉아있지 못하고 후다닥 일어나 몇 바퀴 돌고 그러네.
물새니까 물가를 떠나지 않겠지만 거기만 물이 있는 건 아닌데
한 군데 그렇게 많이 모여 살면 먹을 게 없을 거다.
그러면 개체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멸종을 자초할지도.
그러니까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는 종족보존을 위해서 서로 잡아먹자?
말로 하기는 좀 그런데, 거시적으로는 전쟁, 미시적으로는 시장의 상권다툼 같은 게
종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동족 잡아먹기와 다를 게 없다는?
아내는 새에게 주겠다고 자동차에 넣고 다니던 과자가 말라버리겠다며 가지러 가는데
말렸다. 그건 새가 먹는 게 아니잖아?
오리, 갈매기, 고니, 비둘기, 까마귀가 마른 빵이나 새우깡, 칩 같은 걸 먹겠다고 다툰다.
무한경쟁.
그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건지?
그런 걸 얻어먹으려고 하지 말고 블루오션 쪽으로 눈 돌릴 수 없을까?
간밤 바람 몰아치더니 정전이 되었다.
두 주일 만에 다시, 미국에서.
초저녁에 애벌빨래하듯 한숨 자둔 다음이라서 영 잠이 오지 않는데
촛불 켜놓고 책 보기에는 눈이 침침한 거라.
이런저런 생각.
TV로 스포츠 중계 보며 관전평 하듯 할 건 아니지만
남들이 둔 바둑이라도 복기해볼 수는 있는 거니까...
어디가 패착? 실력이 안 되더라고.
찌그렁이 그만. 언턱거리 없음.
일단 자리 차지하고는 빼앗기지 않더라고.
두 달 동안 비 내리지 않았는데, 어허 비 오네.
겨울비... 차라리 눈이었다면 그런 생각 들어도
오면 어쩌려고? 세 시간 떨어진 동네에서는 눈보라 쳐서 난리라더라.
지금, 여기, 이런 게 좋다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