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달 무슨 달
초승달을 보면 포개고 싶어.
방아 찧는 토끼어서가 아니고
유혹에 넘어가서도 아니고
참 안 됐거든,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덮어주려고.
추워서가 아니고, 노아의 아들이 아비를 덮어주듯 말이지.
차라리 내가 겪는 게 낫지 네가 당할 수치를 보고 있을 수 없거든.
그믐달은...
불편해 돌아누우려고?
아녀요, 제가 당신을 가려드리겠어요.
{그믐달과 초승달은 그냥 뒤적이는 轉位가 아니고 돌보고 감싸는 베풂이라니까.}
그믐초승 때맞춰 바뀌는 거니까
희망에 속지 않고 절망으로 절망하지 않으며
찰 때 좋다할 것도 아니고 이지러진다고 슬퍼할 것도 아니네.
나도향(羅稻香)의 ‘그믐달’(1925) 말이지, 그맘때 그런 글 나온 건 장하지만...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로 시작하는데, 뭐 특별히?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그러냐?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女王)과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그러냐?
그게 그 달이구먼 뭐.
내가 달 보듯이 달도 나 보겠지, 다른 이들도.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한등(客窓寒燈)에 정든 임 그리워 잠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 잡은 무슨 한(恨)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 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 ...) “내가 한(恨)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 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情)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 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내가 달 보듯 달은 날 보고
내가 널 보듯 너는 날 보고.
그렇게 보다가 말을 걸까 하다가 그냥 가고, 그러다가 돌아보고.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명랑 서울> 만든다고 다 정리했을까 서울역 지하도에 조립식 제 집을 갖고 있던 노숙자들.
몇 해 되었나 어느 날 거기를 지나가다가 아주 예쁜 집을 보았다.
주인이 그중에서는 끗발 있는 대장쯤인지 깨끗한 새 상자에 작은 창 두 개를 낸 집이었다.
9.11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cutter로도 그렇게 곱게 도려낼 수 없는 초승달과 별 모양의 창.
휴대폰으로 찍고 싶었지만 그 창으로 내다보다가 뛰어나올 것 같아 멈칫거리다가 패스.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카메라 챙겨 다음날 찾아갔더니 사라졌더라고.
{좀 사악해 뵈긴 했던가, ‘Batman’에 나오는 Jack Nicholson의 그린 입술처럼.}
그런 시대였다고 해도 그렇지, 고운님은 임금님이어야?
내 마음 버혀 내어 별 달을 맹글과저
구만 리 당텬의 번드시 걸려 이셔
고은 님 계신 고대 가 비최여나 보리라
벼슬 싫어 초야에 묻혀 산다면서 九重宮闕만 바라보던 이들. 쩝~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세라”
그런 쪽으로 마음이 가지 않냐고?
불안과 의심은 덜어두자, 내게 마음 두시기는 하겠지, 몸 성히 돌아오시면 되니까
기다림이란 그런 것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벙글었던 건 이울고 차면 기우니까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이어도 좋고
초승달, 보름달, 반달, 음 칠 부쯤이면 또 어떻겠어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할 것도 없네.
네가 날 보듯 나는 널 보고 그렇게 마냥 보다가
거기 있다고 너라고 한 게 미안해지면
내가 거기 있는지 네가 여기 있는지
너 나 없어져 가림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