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Trail

 

 

 

이런저런 일들 대충 끝내고, 오늘은 아들과 함께 산길을 걸었다. 
물, 모자, 선글라스, 등 필요한 것들 갖추지 않고 올랐기에, 머리가 뜨겁고 몹시 목이 말랐다. 

거기다 2불 짜리 지도 한 장 안 사든 게 잘못이었나, 한참 헤맸다.  가시에 긁힌 데도 많고.
(혹 그로페의 조곡 '대협곡'에 끼여든 '산길에서'를 붙여줄 이 없을까?  원, 바랄 걸 바라야지.)

 

환갑이 코앞으로 닥친 아버지보다 아들이 잘 못 걷는다.  신발 때문이라고 그러지만.
이삭이 앞서 걸었을까? 그랬겠나, 아비 아브라함보다?  
(뭐, 우리는 모리아 산으로 간 건 아니었다.)

 

그림?  많이들 싣는다.  음악?  그것도.  이거 완전 집체예술이네.
소리라면 벌의 잉잉거림, 새들의 지저귐, 시냇물이 작은 돌 굴리는 소리, 작은 파도들이 바위를 간지르는 소리, 등 더하여 잘 꾸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블로그에서 못하는 것?  냄새.

경치도 좋았고, 소리도 좋았고,  간만에 경험하는 숨참, 행복한 피로, 다 좋은데...
초원의 방향.  그건 실을 수 없나?
보리 익는 벌판, 등꽃, 아카시아, 밤꽃, 유자, 그런 냄새들이 섞인 것 같은...
아, 흥분하더라.
방울뱀 출몰하는 곳인 줄 알지만,
거기 누워 눈 좀 붙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