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 상태
균이 없는 환경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거나, 의학 혹은 다른 목적으로 구성하여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실험실적 상태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그런 환경을 접할 수 없다.
무균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한다. 채소가 자라자면 흙이 필요한데, 무기/유기물의 합성체인 흙에는 곰팡이, 기타 균들, 벌레들이 살고 있고, 그런 것들은 식물의 생존에 필요불가결하다. 사람의 장 속에는 1,000여 종의 박테리아가 서식하는데--숫자로 치자면, 대한민국 인구 곱하기 몇쯤 될까--, 그것들이 있어야 소화와 흡수가 가능하다. 김치? 그거 균 덩어리 아냐? 된장, 간장, 젓갈, 치즈, 요구르트, 등 다 균의 작품.
이로운 균/ 해로운 균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해로운 균조차 많으면 문제이지만, 전혀 없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바이러스? 변종, 그게 좀 심각한 문제이다. AIDS, SARS, 고런 놈들이 “Catch me, if you can.”으로 놀리지 않는가?
다른 얘긴데, 우리가 뭐 그리 깨끗하던가? 태어날 때부터 피, 땀, 눈물, 양수의 범벅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던가.
‘선하신 하나님이 왜 악을 허용하셨을까’라는 질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무신론자들은 의기양양하고, 호교론자들은 고민하며 방어에 급급한가?
악이 없는 세계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살기에 부적당하다는 얘기.
아, 그럼 작은 공동체에 침투하여 ‘고간’으로 똬리 튼 균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무교절에 누룩이 집안에 남지 않도록 샅샅이 살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