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길
산마을 아침,
속치마가 말려 올라가듯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해는 떴지만 숲에서는 아직 어둠이 떠나지 않았다.
내 손에 들어왔던 손을 조물락거리긴 했어도
금줄도 없는데 진전되지 않았던 때를 돌아보며 걷는다.
만일...
‘道’란 글자는 사슴의 머리(首)와 발(足)의 형상을 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짐승이 다니던 자리가 길이 되었을 텐데, 사냥꾼이 따라가거나 목을 지키기도 했고,
나중에는 사람이 따로 길을 내기도 했을 것이다.
산은 넘어가야겠고...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가야 할 길.
내 가는 길 다 알지 못하나
源遠流長.
꿈길 밖에 길이 없어
와서 못 뵈었다기
가서 뵈려 했더니
헛걸음 주고 받았네
어느 길목에 지켜 섰으면
어긋나지 않을까
가겠다면...
헤어짐이 아니라 엇갈림이니
동기와 의도를 물으며 야속하다 할 일 아니고
바람길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것
스침에 마음이 매였어도
이내 풀어지고 말 것이니
길벗은...
버리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필요할 때 생각해서
챙겨야 하는 장비
불편하긴 마찬가지
동행.
없으면 외롭고
있으면 거북하고.
놓여나고 싶지만 뿌리치지 못하고.
울게 내버려두오
하염없는 눈물의 부질없음을 깨달은 척 하면서
“더 이상 울지 않으리” 한다면,
난 울면서 떠나련다.
아까 운 사람은
아까운 사람.
그래도 갈 길이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