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꽤 괜찮아 보이던 사람이 “나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라고 그러는 바람에

간만에 껄껄 웃었다.

사고팔고? 그런 게 아니고, 얻은 만큼 잃는 것도 있고

색깔의 배합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오게 되지만 뭘 그렸는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Identity’란 달라졌지만 지키는 자기동일성이거든, 신분확인.

해서 얘긴데, 말하자면 변명이지, 나 많이 변했어.

덜 착하고 순결은 잃었는데 그래도 꽃은 꽃

원색 아니어도 되는, 배합된 이차색이라서 더 끌어당기는, 파스텔 톤이라서 경계가 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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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란 대부분 向日性이긴 하지만...

 

 

 

인사동에서 뭘 먹었는지 야릇한 동작으로 찾아다니다가 터지기 직전에 발견한 곳

위 아래로 쏟고 나서 “흠, 이런 데 이렇게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니”로 감탄하는 눈에 들어온

海不讓水. {별나라,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꼬이기에 그런 취향으로 걸어놓은?}

그렇구나, 구정물은 안 받겠다고 해서 내가 크질 못했구나!

토하다니? 삭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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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참 아름다웠던, 나를 점령하고 미치게 했던...

그러네 뭐.

 

그래도 열흘 가는 붉음 없다는데, 노랑장미 열흘 지났지만 아직 식탁 위에 있다.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시들면? 서리 맞은 콩대처럼?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좋은 시절에 사진 찍어두었으니까.

Yes, my darling, you will be always young and fair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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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춥고 큰 눈이 시나브로 찾아온다고요?

에고, 이제 추운 데서는 못 살겠구나 싶으면서도

공항에서 서울 들어오며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눈 쌓인 삼각산

딱 강희언-호가 참 예쁜 ‘澹拙(담졸)’-의 ‘仁王山圖’ 같은 모습이 그립습니다.

여기도 살만하고 잘 지내니까

“Long, long ago” (“즐거웠던 옛날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들려주오”) 할 건 아닌데

그래도 때가 때인 만큼 생각나는 것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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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분만 택해서 사신 띄우기도 그렇고, 그냥 이렇게 안부 전합니다.

샬롬, 나마스테. 건강하시고, 댁내 평안키를.

 

그리고... 멘붕-쓰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상태의 젊은이들 위로해주시고

기득권 지키려는 욕심쟁이 보수, 저들도 바뀌지 않으면서 세상 바꾸자는 위선자 진보, 그렇게 가르지 말고

상생, 통합, 뭐 그런 좋은 말들 해주셨는데

뚫린 구멍, 열린 문, 내다보이고 들여다보임도 허용하는 창

정치꾼에게 주문할 게 아니고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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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일부러라도 무주 내려가서 건축가 정기용의 공용시설 작품들 한번 둘러보셔요.

 

 

 

Jan Peerce가 부르는(1950) “Silver Threads Among the G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