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망백을 맞으신 아버님.
미수 생신이 지나고 얼마나 됐을까, 떠나는 아들에게 종이 묶음을 내미셨습니다.
앗, 시까지?
그게 그런 얘기예요.
미수 기념 설교집을 출간했는데, 내용이 옛적에 비해서 떨어지더라고. 은퇴 적기를 놓친 스타 플레이어처럼.
그런데, 시집까지? 아냐, 그쪽은 아닌데...
그러고 삼년, 그냥 뭉텅이로 돌아다니던 것 중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슬픔.
불효자는 웁니다.
(백조의 노래도, 절창도 아니지만... 이하 원문 그대로.)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도
나 위해
기도해 주는 이 없는
그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
누구도
다른 이 위해
기도하지 않는
그 사람도
불행한 사람이라
어떻게 하면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른 이 위해 기도하면
나 위해 기도하는 이
있게 되나니
그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다른 이 위해
기도하라
그리 하면
그 불행 접어지고
축복의 밀물 다가와
안도의 평화
안겨 주리라
이웃을
사랑한다며
용서할 줄 모르는 이
그 사람도
불행한 사람이라
나 위해
챙길 줄 알고
나눌 줄 모르는 이
그 사람도
불행한 사람이라
이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용서하라
나눠주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 잦아들리니
일어나 함께
꺼져가는 노을 속 한 시점에서
기억 속의 벗님네들
소식 전할 이들 살피어 보니
몇몇 그 이름 지워지고 없네
천국 행차하시었어라
불원간 글 보내는 이 이름도
이렇게 지워지고 안 보이리라
아무도 찾아올 이 없는 사람
누구도 찾아갈 이 없는 사람
누구에게도 말 걸 수 없는 사람
대꾸해줄 이 없는 사람
이 사람은 홀로만의 섬사람이라
아, 사람이 그리워라
아, 말이 그리워라
아, 정이 그리워라
누구라 말 좀 받아주소
누구라 말 좀 건네주소
누구라 정 좀 전해주소
짝이 없는 사람
이웃이 없는 사람
무거운 침묵만이 찬바람을 일으키네
여봐요, 거기 아무도 없소?
아, 사람, 사람이 그리워라
나의 기다리고 바라던 이
나의 외로움 받아주는 님
한밤중 느닷없이 찾아주셨네
눈물 씻어주며 말씀하시네
네 어찌 여기서 울고 있느냐
내 너와 함께 하거늘
너 왜 홀로이라 하는가
앞으로도 너와 함께 하리라
네 손 잡아주리니 손을 내밀어라
슬픔 추스르고 기뻐하여라
친구여, 일어나 함께 가자
님의 손 꼭 붙들고 감사로 화답하며
아버님이 어려워하시는 것을 보면서,
“아버님은 다른 노인들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환경에 계신지 모릅니다.
뭐가 그렇게 괴로우세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나쁜 자식.
그 놈 없는 셈치고, 절 대신해서 아들 노릇하실 분?
저는 여비 모으면 일년에 한번쯤 가 뵙고, 아버님은 목동 아파트에서 혼자 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