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 밖에는
식구들이 온통 바람났다.
시는 아무나 쓰는가보다.
나이는 뭐 그렇고, 캐나다에 사는 누님의 글이다.
당신의 손 밖에는
활련 새로 돋는 잎새에 구멍을 내는
몹쓸 집게벌레를 집어낼 손은
당신의 손 밖에 없습니다
여리고 뙤약볕 길을 걸어온 길손에게
찰찰 넘치는 물바가지를 건네줄 손은
당신의 손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실버들 다듬어 피리를 불지 않으면
눈 녹은 봄언덕인들 침묵할 뿐이지요
당신의 손이 물주기를 게을리 하는 동안
이른봄 남새밭에 뿌린 아욱씨들이
빛구경조차 못해본 걸요
이 땅에서 님이 갖고 쓰실 수 있는 손은
당신 무릎 위에 깍지 껴 놓여있는
얌전피우는 두 손뿐이랍니다
그리스도는 지상에서 당신의 몸밖에 가진 것이 없으십니다
그분이 움직여 일하실 수 있는 손은 당신의 손뿐입니다(아빌라의 테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