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블로거의 첫사랑... 한 봄날의 꿈

 

개점했는데 왜 손님 안 와
바람 소린 줄 알면서도 덜컹 하면
“어서 옵...”하며 일어나려다가
또 속았구나 (내 기대에)
자괴감에 끝없이 초라해지고

 

하자면 잘 하고 싶고
잘 하자면 딴것 못 하겠고
딴일 접으면 먹고살기 힘들고
그쯤 되면 식구들에게 눈치 뵈고

 

그 블로거 대가들 말야
용하기도 하지
그러고들 어떻게 살까
식구들 밥 챙겨주고
아님 제 밥벌이 떨어지지 않고
그리고도 가외시간이 무진장

 

우습지도 않다
웬 조회 횟수는 붙여놓아
애들 딱지 모으듯
끌어들이려 할까
이만큼 잘 차린 집 없을 거예요
뚜르르 나팔 불고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방문자에게 감사장 돌리고
꼬박꼬박 소식 흘리고

 

그들은 사랑하고픈 사람들 안 만났을까
아님 건조한 목소리로 안부 인사를
예절바르지만 알맹이 없는 칭찬을
나누는 동안
들킬까 조심하면서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숨바꼭질하는 것인가
(꼭 잡고 싶은 사람
스쳐만가는 그 서운함
나도 수없이 반복했어)

 

그렇더라
주는 건 여럿에게 주어도
(쪼개는 바람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말이지)
받는 건 한 사람에게 받고 싶어
통째로
아주 많이

 

그 독점욕이 징그러워
아냐 관 둬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끌림

 

너무 억울해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이리 작아져야 하는지

 

좋아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돼
눈물을 보여줄 것도 없고
그냥...  마음놓았다는
더 알아볼 게 없다는
그렇지만 더 알고 싶다는
그런 눈빛으로
한번만 쳐다봐 줘

 

증인을 세웠다는 핑계로
비밀스런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지껄이는
뻔뻔함을 부여받고는
아슬아슬한 월장을 몇 차례나 감행했던고 

 

신파
여기는 달빛이 교교히 비치는
대동강 부벽루가 아니고
블로그 빼곡이 들어선 사이버 골목
발자국 어지럽기 전에 다녀가겠다고
0시 되기를 기다려서
딱 클릭하고는
왔다간 줄 알면 안되니까
뒷걸음으로 싸리비질하면서
그래도 내가 일번이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때 그렇게 밤길을 걸어
집 앞에까지 다가갔다가
못 들어가고
아니 들킬까 기척 내지 않으며
그래도 잠시 봉창 아래 웅크리고
숨소리를 확인하노라 청력을 높이다가
돌아오는 길
곧장 내 집으로 오기 싫어서
찬이슬 맞으며 헤맸다

맘은 전달된 것 같은데
먼발치서 훔쳐본
입가에 서린 엷은 웃음 조각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겠지

 

아침
나를 모범생으로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과 기대에 저항하면서
(아직도 뭘 모르네
그냥 보통만이라도 되라는 애원이었어)
절망의 무게를 가늠한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야
밤은 낮에게 빛을 내어주고
밝을 때에는 일해야지

 

그런데 토~옹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되는 일이라고는 없고
입맛이 없고
그게 그러니까
목마름이 축여지지 않듯
그리움이 해결되지 않은 게야

 

꿈속의 또 꿈
한번 깬 걸로는 안 되는지
정신이 안 난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