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의 기억 2

 

 

이것저것 해먹기도 하고 사먹기도 하다가 뭐에 탈이 났을까 부대끼게 되어

{그렇게 먹고 다 삭히겠다면 양심불량}

앉아있어도 뭘 할 기분도 아니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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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들면 맛은 있지만... 시간, 에너지, 재료값 더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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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으니 그러께 가을이라 해야 되겠네.

남도를 돌다가 영암 월출산에서, 그리고 강진 병영에서 “음, 이게 어디서 나는 무슨?”하며 찾아다녔다.

“산골에 웬 솜사탕 장사?” 하며.

하, 꽤 오래 걸어가서 금목서, 은목서를 찾아냈지.

멀리서 나는 향기, 소리 들리지 않아도 냄새로 확인하는 ‘그대’

그래서 만리향, 천리향이라고 이름 붙였음을 이해한다.

{“What's your name?” 물으면 “People call me~”로 대답하는 이들이 있다.

이름이란 사람들이 불러주는 인식표.

그게... 금, 은의 가치와 만, 천의 비교로 연결시킨 건 좀 그렇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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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 생가 앞에 서있는 은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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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문화, 만물박사인 유홍준이 문 후보 찬조연설을 하며

“내가 그 집에 향기 진한 은목서(=천리향)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그랬다며?

은목서를 천리향으로 부른다고 “틀렸어”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천리향이 은목서?

그건 아니지. 다른 나무라니까.

{“내가 그리 부르면 기여” 그러면 할 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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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지나가면 되는 걸 두고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 온갖 잡생각을 끊지 않고 잠을 청하다보면 꿈자리도 사납다.

 

“지금 꿈꾸는 거야?”라는 소리 때문에 깬 건 아니고, 내 연설 소리 듣고 깨어났다.

“누구랑 인터뷰했어요?”

“아니,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이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경호실 팀장이던 나는 근무를 마치면 반납하는 무기를 밀반출하여 팀원 몇과 함께 항전하기로 했다.

시시한 바리케이드를 엄폐물로 삼고 대치중인데, 옆에서 떨고 있는 대원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처녀.

“너는 살아야하는데 줄을 잘못 섰구나” 싶은 생각에 손들고 나갔다.

{어느 쪽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대치하는 쪽으로 넘어가서 보니 그쪽도 다 아는 사람들. “아니 왜...?”

“저 사람들 반역, 국가전복 음모, 등으로 다스리지 않고 ‘근무지이탈’만 적용한다면 내가 설득하겠다”

그러고서는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시작했다.

“아주 침착하대. ‘Speak low’로 차근차근...”

“아닌데... 아주 비장하게 내 한 몸 바쳐...”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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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달아났고 배는 편치 않고... 뭘 할까?

옳지, 우리말 공부.

 

-나무줄기의 끝부분, 성장점쯤 되는 걸 우듬지라 하는 건 알겠는데, 그럼 아래는?

-몸통? “별로 도움이 안 되네”라는 표정

 

뿌리 위로 솟아 나무 전체를 지탱하는 것이 원줄기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에서 두 팔에 해당하는 것이 원가지

가장 굵은 원가지에서 뻗어나간 큰 가지가 덧원가지

거기로부터 나간 것은 곁가지

일년생 새 가지, 꽃눈이 달려 이듬해에 꽃 피고 열매 달릴 가지는 자람가지

성장이 왕성하여 뻗쳐나간 가지는 웃자람가지

나무모양에 어울리지 않게 벗어나 길게 자란 가지는 화라지

거의 같은 위치에서 몇 개가 같이 발생한 가지는 바퀴살가지

가지가 갈라진 부분은 가장귀

가지의 가느다란 부분은 나무초리

곧게 뻗은 가늘고 긴 가지는 휘추리

그걸로 벌줄 때 사용하면 회초리

{“가서 회초리 꺾어와!” 그러실 때, 저자거리에 살면서 어디서 구하겠어, 장작개비 들고 왔지.}

돋은 지 얼마 안 되어 애리한 가지는 애채

 

가지나 줄기에서 잎을 떼어내고 나면 줄거리

{나는 영화, 연속극, 소설이 재미없다. 줄거리와 결말만 알면 된다는 입장이어서...}

잎이 다 떨어지고 난 가지는 졸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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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줄기에서 뿌리 가까운 부분은 밑동

큰 나무의 밑동은 둥치

푸나무, 곡식의 밑동은 그루

줄기를 베고 남은 그루를 그루터기, 더러 뿌리그루라고도 함

큰 나무의 그루터기는 등걸

나무 살(?) 속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는 옹이

병들거나 벌레 먹거나 부러져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은 옹두리

자그마한 옹두리는 옹두라지

 

원예, 임업에서 쓰는 전문용어들이 더 있겠지만, ‘일반인’ 관심은 이 정도면 됐으리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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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알면 뭐 하겠냐

“아 좋다” 그러면 됐지.

 

천리향이라 부르면 그런가 하고, 그게 은목서라 해도 그런가 하고

좋기는 좋은 것으로 알면 됐지.

 

좋은 것도 가까이 두면 골치 아프더라고.

지독한 향기? 참기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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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서 그립고

지났기에 안타까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름하여 ‘은목서의 기억’이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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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Again (Joshua Bell, Sting, Simon Mulligan at Lincoln Center)

 

(Elisabeth Schwarzko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