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 길래 2
달래
(1) 달래(慰)
울리기만 하던 걸...
(2) 웅녀가 먹었다는 달래(마늘)
들에 깔린 게 달랜데, 먹을 만한 달래라 진(眞) 달래.
그래서 먹지 못하는 개꽃(철쭉)이 아니고 참꽃.
(참꽃, 개꽃 가릴 것 없겠는데.)
진다 길래
이현필 선생을 따르던 탁발공동체가 무등산 기슭에 ‘동광원’이라고 세웠고,
고디(貞)를 지키는 추종 여인(수녀)들이 더러 딴 곳에서도 모여 살았다.
그들이 이런 노래(다석 유영모 지음)를 불렀는데(홍난파의 ‘봉선화’ 곡에 따라), 글쎄 그것도 찬송가라 할지.
진달내야 진달내야 어늬 꽃이 진달내지
내 사랑의 진달내게 홀로 너만 진달내랴
진달내 나는 진달내 임의 짐은 내 질래
진달내에 안진 나비 봄 보기에 날 다지니
안질 나비 갈데 업슴 지는 꽃도 웃는 고야
안진 꿈 다 늦게 깨니 어제 진달내 돋아
진달내서 핀꽃인데 안질냐고 피운다 맙
피울덴 않이 울고 질덴 바! 우슴 한가지니
님 땜엔 한갓 진달 낼 봄앞 차질 하이셔
(주: 지다 bear, carry on the back
fade and fall)
아직들 거기 계신지, 부분적으로 뜻이 통하지 않는 걸 찾아가 물을 수도 없고.
누구라도 피자고 할 것이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아름다움을 활짝 펼쳐 보이자고.
꽃망울도 그렇게,
가슴이 봉곳하지도 않은 소녀조차.
피면?
마음으로야 오래 가고 싶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안 되지,
풀은 마르고 꽃은 지고...
진다 길래 진달래
지는데 보람 뒀나
피고 나면 진다네
진달래가 안 지면 어떡하니
필 때 울더라도 질 땐 함빡 웃음
우는 듯 웃는 얼굴
니승의 염불 같구나
지면?
꽃(花)은 풀(草)이 변하는(化) 것이다.
피고 지고.
맺음(結)이 있어 열매(果)를 얻는다.
생명이란 그런 것.
덧없는 세상(浮世)은 그냥 가는 게 아니고,
가치를 남긴다고.
하나님의 품과 사람들의 안방과 사랑방에.
섭섭할 것 없지?
가야 하는 게 아니고,
가게 되어 있는 것.
꽃도,
사람도.
한은 무슨?
그런데...
진달래와 한은 무슨 연관?
한... 무슨?
장부(臟腑)에서 대(竹筍)가 솟았는가
‘恨’이라 하더마는,
하긴 마음에 심 내리고 옹이 박히고 새알심 같은 게 맺혔다면
그러고서야 살겠냐만...
그것 아냐.
한.
그냥, 한,
뭐라 할 수 없는.
크고, 높고, 넓고, 깊고, 가이없고, 헤아릴 수 없는,
그 뭐랄 수 없는,
징~하게 울리는
한.
해서 거기다가 ‘님’ 자를 붙였던가.
위에
내게
진달래에게도
계신?
별리
그러면, 왜 이별과?
그게 무슨 공식도 아닌데...
괜히 소월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언제 가라고 그랬어?
갔으면 좋겠다고 내가 그랬냐고?
가지 말아야할 것이지만,
그냥 머물면,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가야할 길이라면
어떡하겠냐는.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즈려 밟아도 뭉개지는 건 마찬가지,
곱게 떠나도 짓이겨지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
그래도 가야할 길이니까.
그럼 ‘귀촉도’(서정주)는요?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모르겠네, 거기 진달래 있는지는.
신이나 삼어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두고 가겠다는,
벗겠다는,
좋은 길 가는 님을
무얼 주어 엮겠다고?
원, 참...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그럼 홀로 가지 않고?
혼자 가는 길.
그건 나뉨도 헤어짐도 아님.
그렇다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그렇게 끝낼 게 아니고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고개 너머
곡조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동요가 있었는데...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아지랑이 속으로 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간다.
지는 꽃 지고 가는
할아버지 지게에 얹혀.
고개 너머
동구로.
아궁 속에 던질 풀도 고이 입히시거든!
가슴에만 남은
장손이 시원찮으니, 남한산성의 선산을 팔아버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거기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독식한 덩어리가 여간 아니었을 것이고.)
조상의 산소 뒤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조선 팔도강산에 어딘들 진달래가 없겠는가 마는, 거기 그렇게 핀 진달래는 정말 일품이요, 장관이었다.
몇 년이나 거기 있었을까, 어른 키를 넘겨 자란 것이 분홍 병풍이 되어 뒤(북편)를 가려주었다.
그것들도 다 사라졌다는 비보.
거기 진달래는 없다.
아니, 돌아갈 곳이 없는데 뭘.
그래도 가슴에는 잔상(殘像)이 남았는지...
고개 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괜히 꽃잎 한 장 날아오는 바람에 싱숭생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