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제어
장미 손질 좀 한다고 나갔다가 쫄딱 젖었다. 피할 틈도 없이 소나기가 쳐들어왔다.
이곳은 비 오는 날이 많지 않지만,
어쩌다가 비가 왔다 하면 폭우로 쏟아지고,
물 내려가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기세가 사나운데,
한 시간만 지나도 언제 그런 적이 있냐는 듯이 젖은 흔적도 없다.
그러니 길이 파인 곳에 잠시라도 물이 고여 있고,
그 정도 물 위에도 흰 구름이 떠있고 소금쟁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보지 못한다.
한편...
예전에 시골에서 살던 사람은 “소나기 올 때에 미꾸라지도 같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마당에서 여러 마리가 꿈틀거리더라, 닭들이 좋다고 모여들어 쪼아먹더라.”라는 얘기를 하고,
그런 것을 본 일이 없는 서울 출신은 “촌놈들이 ‘벌구’--입 벌렸다 하면 구라--라서...”라며 믿지 않는다.
미꾸라지는 아니고 송사리,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겠으나, 나는 보았다.
딱 한 두레박의 물 정도도 안 될 것 같은 고인 물에서 송사리 한 마리가 할딱거리고 있던 것을.
정호승이 무슨 동화에선가 쓰고 나서 신기하게 여긴 사람들이 주워 올린 말이 있다.
우제어(牛蹄漁)!
농촌 길이 질지, 그런 데 찍힌 소 발자국에 고인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란 뜻이다.
이건 뭐 ‘우물 안 개구리’ 정도가 아니다.
거기가 다인 줄 알고, 거기서 생을 마치는...
아, 거기서 두 마리가 산다면?
친하고 뭐고 이전에 같이 살 수도 없겠고, 그 짧은 날 동안 싸움질이나 하고 말 것이다.
찬송가 한 자락...
많은 사람이 얕은 물가에서 저 큰 바다 보고
찰싹거리는 작은 파도 보고 맘이 졸여서 못 가네.